선사시대 인류가 먹고 버린 조개더미를 패총(貝塚)이라고 한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패총, 충남 태안 안면도 패총, 경남 창원의 성산패총,김해 회현리 패총, 부산의 동상동 패총, 동래패총, 범방동 패총, 해남 송산리 군곡리 패총 등 지면 관계상 다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조개더미가 선사시대의 유물과 함께 많이 발굴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조개를 식품으로 하여 먹고 살았다.
고려(高麗)시대 가요(歌謠)인 청산별곡(靑山別曲)에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바다에) 살어리랏다.
나마자기(海草) 구조개(굴과 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선사시대부터 이미 먹어 왔던 조개를 고려시대 때에 와서 노래에 등장 할 만큼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허균(許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전복등 다양한 패류(貝類)가 나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제곡(齊穀)이라는 강릉 경포대 산(産)의 작은 조개가 있는데, 이 조개는 흉년(凶年)에 많이 잡혀 주림을 면했다는 전설(傳說)이 있어 곡식(穀食)과 같다하여 제곡(齊穀)이라 이름 하였다. 고 한
다.
비속어(卑俗語)지만 흔히 여자를 ‘조개’라고 한다.
그런데 여자를 조개라고 부르게 된 것은 ‘조가비’를 혼돈(混沌)해서 부르는 말이다. 조개의 무는 힘을 ‘조가비’라고 한다.
조개 가운데 젖꼭지 모양으로 생긴 것을 패주(貝柱)라고 하는데, 이를 조개관자라고도 부른다. ‘키조개’ 조개관자는 4-8cm의 원형 근육으로 생겼으며, 이 패주의 수축으로 조개의 입이 열리고 닫힘의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 조개관자를 일본말로 ‘貝柱(かいばしら) 가이바시’ 라 한다.
패류 중에 조개관자가 크고 잘 발달된 사세목 키조개과의 연체동물 암수구별이 있는 조개를 ‘키조개’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조개관자가 크다 해서 이 조개를 ‘(貝柱: かいばしら) 가이바시’라 부른다.
우리가 키조개라고 부르는 것은 키조개가 크기도 하지만, 곡물(穀物을 절구에 찧어서 돌이나 쭉정이를 골라내기 위해 까불릴 때 사용하는 도구 ‘키(챙이)’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전남 장흥 정남진에 가면 이 키조개를 ‘개두(?頭)’라고 부른다.역시 일본 말 ‘貝柱(かいばしら) 가이바시’와 비슷한 이름의 어원(語原)을 갖고 있는 것 같
다. ‘개두(?頭)’란 조개관자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니 ‘키조개’는 어원이야 어찌 되었던 우리말 현대어에 속하지만 ‘개두(?頭)’가 장흥지역 방언(方言)이 아니라 키조개의 원래 이름일 것으로 추측해 본다.장흥 사람들은 무를 엇 썰어 가마솥에 개두와 함께 넣고 끓여서 국으로 먹는다.
필자가 장흥에 토요시장이 열린다 하여 지인과 함께 장흥의 먹을거리도 취재할 겸 토요일 오후 너댓 시간에 토요시장을 방문 했는데, 아쉽게도 이미 파장(罷場)이 되었다.마침 토요시장에 특산물판매장이 있어 그곳의 직원들에게 “장흥의 향토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키조개와 표고버섯이라”고 한다.“그건 향토음식이 아니라 특산물 이죠”하며 씁쓸하게 나와 장흥의 향토음식 하나쯤은 발국 해야겠다. 는 생각으로 수소문해 찾은 것이 바로 ‘개두국’이다.득량 만에 연해 있는 장흥은 바닷물이 깨끗하고 수심 20~50m의 갯뻘이 형성되어 키조개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어 자연조건에 맞는 양식이 가능 한 곳이다.
일년 내내 키조개가 특산물로 공급이 가능하므로 ‘개두국’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다시 재현해 낸다면 충분히 향토음식으로 자리 메김은 물론 인근 보성 녹차 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필자는 전통적인 개두국에다 콩나물을 넣고 끓인다면 참 맛있을 것이라. 는 생각으로 장흥 안양면 모령리 기와장을 하다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는 하 재만, 박 순진 부부 도공(陶工)집에 들러 개두해장국을 끓여 달라 청해 맛을 보니 그 맛이 시원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다.
도공의 집에 조개구이를 하는데, 기왕이면 장흥의 향토음식으로 ‘개두해장국’도 함께 손님에게 내놓으라고 권했다.취재를 하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7-8년 전 모 잡지사에 ‘팔도 맛 순례’를 연재하며 광주, 전남편을 쓸 때, 광주 송정리의 ‘개두보채’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당시는 솔직히 요리 재료와 만드는 법은 알았어도 ‘개두보채’ 음식 어원을 몰랐다.‘개두보채(?頭補菜’)란 키조개에 갖은 야채를 넣어 끓인 보약(補藥)과 같은 음식이다.‘개두보채’는 전골냄비에 쪽파, 마늘. 깻잎, 은행, 참깨 실고추, 버섯, 당근 등으로 색깔을 맞춰 모양 있게 올리고 키조개를 썰어 얹은 후 쇠뼈 고음한 육수를 부어 끓이면 희뿌연 국물이 담백하게 우러나 시원한 것이 술안주로 훌륭한 음식이다.‘개두해장국’과 ‘개두보채’ 장흥의 특산물 ‘키조개’로 만들 수 있는 장흥의 향토음식, 이 보다 더 한 음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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