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친 것은 지난 1990~91년 파리 7대학교 한국학과에서였다. 1년동안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어 회화, 현대문학, 시사 한국어 등의 강의를 맡았다.
당시에 한국어를 전공하던 프랑스 학생들은 자기들이 회화를 잘못하여 취직이 안 된다고 들고 일어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도착하자마자 우선 한국어 회화 교재를 한국 본토(고려대학교)에서 나온 책으로 바꾸고, 발음 공부를 위해서는 카세트를 구해 복사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중급 이상은 카세트가 없어, 나는 다른 한국어과 교수들, 그리고 같은 기숙사에 살던 한국 유학생들을 동원해서, 직접 카세트를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들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대단했다. 긴 여름 방학이면 싼 전세기를 타고 중국, 한국, 일본 등을 여행하고 왔고, 그들의 꿈은 한국학과 학생들의 경우, 한국에 가서 불어 교수로 취직하고 공부를 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문법 내용과 숙어, 문화적 표현 등을 불어로 설명해 주고 예문들을 많이 들어주었고, 회화 시간에는 최대한 한국어로만 강의하도록 애썼다. 또 두 명씩 짝을 지어 자기네들끼리 교재에서 배운 주제로 얘기를 하게 하고, 발음을 비롯하여 틀린 표현들을 내가 고쳐 주었다.
그리고 맞춤법이 까다로운 한글을 정확히 쓰게 하기 위해서, 연습 문제는 집에서 풀어 오게 하고, 일일이 그 답을 고쳐서 다시 나눠주었는데, 이렇게 반년쯤 하니 맞춤법이 교정되고 학생 각자가 자기의 틀린 점을 스스로 고쳤다.
만 8개월간을 이렇게 전심전력하자 학생들은 모두 두 명씩 짝지어 20분 이상을 여러 주제로 틀리지 않고 자유 회화를 해냈다. 그것은 학생과 선생 모두의 승리였다. 그리고 당시 석사과정에 있던 학생들은 그후에 거의 모두가 한국에 가서 교수로 취직을 했다. 그리고 1995-97년 다시 2년간 나는 같은 한국학과에 가서 강의를 맡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달랐다. 지난 1997년 여름에 미국에 와서 내가 다니던 성당 한국학교의 부탁을 받고, 당시 중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해 가지고 첫 날 수업에 들어가 보니, 한인 2세들의 문제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들은 부모가 억지로 등록을 시켜서 끌려 왔을 뿐, 한국어를 배우기 싫어서 몸을 비틀고, 내가 묻는 말에도 겨우 대답을 하며, 심지어는 공놀이하러 내보내 달라고까지 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국어가 그들에게는 ‘나의 말’이 아닌, 하기 싫은 외국어였고, 한국 문화와 역사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2세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전혀 없었다. 나는 그때, 우리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사 과정을 거쳐 제대로 배운 한국 교육이 얼마나 훌륭하고 완벽한 교육인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후 나는 더 이상 한국학교에서 강의를 하지 않았다. 외국인도 그처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데,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한국어 배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을 억지로 가르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해인가 SATⅡ에 한국어 시험이 포함되었고, 이제는 취직을 하려고 해도 한국어가 유용하다고 하니, 이런 실용적 목적 때문에 한국어 교육의 실태는 좀 나아졌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2세들은 아직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못 찾아, 한글 사랑이 모자라지 않는가 걱정된다. 아마도 부모와 친지들이 이 모자라는 문화적 부분을 보충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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