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상호관세 공식 발효
▶ 안보 의존 한·일·EU 등 압박
▶ 인도 50% 위협에 중국과 밀착
▶ 브라질 “미국과 대화는 굴욕”
▶ 브릭스 반미 연대 전선 확대
올 4월 2일 상호관세 발효 후 유예를 거듭하던 미국이 7일 0시 1분(미 동부 시각 기준, 한국 시각 7일 오후 1시 1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동맹도 예외 없이 돈을 낸 만큼 세율을 깎아주는 약탈적 면모를 보이며 ‘신(新)제국주의’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반면 트럼프가 던진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신냉전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자정(현지 시각)께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온 국가들로부터 (관세로) 수십억 달러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상호관세 발효를 선언했다.
이날 발간된 미 연방 관보를 보면 한국은 15%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는 등 지난달 31일 백악관이 공개한 각국에 대한 세율이 수정 없이 그대로 담겼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했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만 만나고 빈손으로 귀국했고, 결국 39%의 관세를 그대로 부과받았다. 브라질은 50%, 대만 20%, 인도 25%, 캐나다는 35%가 적용됐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 방식을 두고 제국주의적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기로 미국이 ‘약점’을 쥐고 있는 나라들을 흔들었고 이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 나라는 미국의 오랜 동맹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 디지털 분야에서의 미국 기업 우대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사설에서 “상호관세는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프로그램”이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트럼프의 관세 협상 방식이 동맹국 간 경쟁을 부추기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일본·독일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산업의 비중이 높다.
이들 모두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하나같이 디테일이 명확하지 않은 합의여서 트럼프가 필요에 의해 판을 흔들 수 있다. 일방적인 강압과 요구, 약탈적 협상으로 이어지는 ‘트럼프식 신제국주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상호관세 압박은 브릭스 국가들을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와 브라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에 대응해 25%의 추가 관세를 3주 후 발효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추가 조치가 없다면 미국의 인도 제품에 대한 관세는 총 50%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에도 이 같은 ‘2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달 말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는 5년 전 국경 충돌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계기로 중국과 밀착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화할 뜻이 없는 미국 정상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굴욕”이라며 “브릭스 정상들과 미국 관세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과 대립하던 기존 신냉전 구도가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계기로 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율 관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도 트럼프식 신제국주의의 단면이다. 최근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18.3%로 1934년 이후 9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인 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수입 업체, 소매 업체, 소비자에 어떻게 분배될지가 관심사”라면서도 “과거에도 그랬듯 대부분 소비자가 부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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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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