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지식 그리고 연민이 조화를 이뤄야
▶ 정치화된 전문가들, 공공 신뢰 갉아먹어
▶ 한국 사회, 지식에 사랑을 더해야만 전진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삶의 의미를 묻는다. 어떤 이는 사랑, 어떤 이는 진리 혹은 지식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완성된다고 말한 이가 있다. 바로 20세기의 위대한 지성, 버트런드 러셀이다.
러셀은 자서전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세 가지 열정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추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었다.” 이 짧은 문장은 러셀의 철학과 삶을 집약하면서,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러셀에게 있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을 따뜻하게 비추는 빛이자, 고통과 허무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원적 힘이었다. 그는 연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었으며, 그 사랑을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하였고, 이타적인 윤리로 구체화하였다.
한편 ‘지식’은 러셀을 철학적 탐구로 이끈 또 하나의 중심 동력이었다. 수학, 논리학, 철학의 세계에서 확실한 진리를 탐구했고, 자신의 책 ‘수학 원리’를 통해 사유의 기초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지식을 자기만족이나 권력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지식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지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러셀의 위대함은 더욱 빛난다. 사랑 없는 지식은 차갑고, 지식 없는 사랑은 무력하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인간은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우리는 손끝 하나로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식이 사회에 실제로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배우고, 왜 진리를 추구하는가. 그 과정이 사랑과 공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갖추고 있어도 삶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지식은 넘쳐나는데 사랑은 결핍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법률, 의학, 행정, 정치 등 공공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 집단이 권력과 결탁해 지식인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은 사랑 없는 지식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 반대 세력을 공격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오로지 국민을 위하여” “서민의 삶을 위하여” “민생이 먼저”라는 말을 하지만, 진정성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대중은 결코 속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그들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 지체 없이 방향을 틀고 등을 돌린다. 이미 비상계엄을 둘러싼 흐름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지식인을 포함한 통치 계급의 흥망은 백성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이 고전의 지혜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과 사랑’의 균형이다. 제도는 인간을 위한 것이며, 지식은 공감과 연민의 토대 위에서 사용돼야 한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폭력이 되고,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한국 사회에는 무엇보다 사랑이, 그리고 사랑이 깃든 지식이 필요하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공허하다.
“사랑하라. 그리고 알아가라. 그리하면 인간다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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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곤 변호사·전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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