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빛을 되찾은 날, 즉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고 자유를 다시 얻은 날이다. 이는 단순한 독립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 문화와 역사를 다시 찾았다는 의미다. 태극기를 흔들며 목 놓아 외쳤던 환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날의 감격은 여든 해를 지난 지금도 가슴 속에 살아 눈 부신 햇살로 터져 나온다.
광복의 물결에 힘입어 일본 동경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초등학생 때 처음 고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해가 빛을 잃었을 때, 청년 외할아버지는 대한해협을 건너 배움의 길을 택하셨다. 무릎 꿇었던 땅 너머에서 한 줄기 소망을 품은 채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그 시절 우리 말은 입에 재갈을 물린 듯 억압당했고, 이름조차 낯선 문자에 지워졌다.
외할아버지는 숙식을 제공하는 테일러 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익힌 후 동경에서 양복점을 운영했다. 또한 조선 아가씨와 결혼하고 삼 남매를 양육하며 안정된 생활을 꾸려갔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 식민 통치를 벗어난다는 사실에 흥분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동안 일군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서둘러 귀향했다. 어머니는 고향에 돌아와 뒤늦게 한글을 깨치느라 힘들었지만, ‘조센징’이라는 친구들의 놀림을 듣지 않아 좋았다고 하셨다. 우리가 겪는 디아스포라의 애환을 일찍이 터득한 셈이다.
광복을 맞이한 지 80주년이다. 80이란 나이는 인생에 대한 지혜와 이해를 소중히 여기는 연륜이다. 그 의미에 상응하는 행사가 열린다. 미주한인문인협회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문학 응모전’을 개최한다. 성심껏 창작해 응모한 글들을 관심 있게 읽으며 느낀 바가 크다.
어떤 분은 비록 고국을 떠났지만, 우리는 한글을 매체로 쓰는 하나라고 표현했다. 또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김치를 담그고, 어머니의 옛이야기를 전한다고 했다. 이민자의 삶은 뿌리를 기억하는 여정에서 기억의 방을 향해 달려간다고 묘사했다. 힘든 시간이 새겨진 아빠 손을 시로 노래했고 철새는 자신만의 하늘을 만들어 간다고 읊었다.
코로나 시기에 광복절 기념식을 온라인 줌으로 실행했다는 교수는 청소년들을 통해서 AAPI 증오범죄에 맞서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글로벌 시민의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되살아나는 정체성으로 존중받을 문화로 재생했다. 광복의 기억을 이어가는 사람들로 두 세계를 품고 자라는 2세의 모습을 당당하게 그려냈다.
소설 작품을 통해 광복 80주년 프로젝트로 광복의 태동인 하와이 사탕수수 마을을 방문하고 당시 노동자 거주지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대한인애국회 활동을 하며 임시정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후 해방을 맞이하며 떳떳하게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기록했다.
특히 주목이 가는 작품이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김주혜가 쓴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후손으로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문화적 갈등, 가족과 사회 속에서의 위치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감당해야 할 과제와 책임을 섬세하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이 정신적 양식과 평화무기가 되고 타인의 고통, 인간의 존엄성에 책임져야 한다고 일깨운다. 문학이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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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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