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역할·규모 조정과 연결된 이슈…한미 정상 논의에 촉각
▶ 美우선주의 입각한 미측 요구…中 자극 피해 韓中관계도 관리해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미국군참전비에 게양된 태극기와 성조기.[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8일 한미 안보 협력의 화두로 부상한 '동맹 현대화'의 핵심이 결국 대(對)중국 견제에 있음을 시사하면서 앞으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 등 계기에 동맹 현대화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지 관심을 모은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보내온 서면 답변에서 "동맹 현대화에는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연합 (방위)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고, 전 영역(육해공·사이버 등)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윌슨 대변인은 이어 "(한미동맹의) 주된 초점(primary focus)은 여전히 북한의 공세를 억제하는 데 있지만, 우리는 보다 넓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함에 있어 공동의 안보 우선순위를 연결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한국의 대(對)중국 관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계기마다 중국 견제를 우선순위 국가안보 과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억지력' 언급은 한미동맹이 중국발(發) 현상 변경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6·25 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에 조인돼 이듬해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동맹의 대응 범위를 한반도만으로 규정하지 않고, '태평양'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간 북한의 재침략을 막는 것이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공세적 행보 속에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에 의한 현상 변경 우려가 커짐에 따라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와 임무에 중국 견제를 포함하려 하는 양상이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는 주로 한미일 3국 협력의 맥락에서 중국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양자관계에서도 '동맹 현대화'를 내걸고 중국 견제 목표를 한국도 공유하길 희망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미국이 생각하는 동맹 현대화가 중국 견제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무기체계의 발전과,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국제정세 변화 속에 미국의 '일극' 지위가 흔들리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제질서를 다극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 상황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 등 계기에 '동맹 현대화'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쏠린다.
한미동맹에 중국 견제 성격을 강화하는 데 따를 중국의 반발에 미국보다는 한국이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 현대화의 지향점이 중국이라는 특정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기여 확대를 의미한다는 점을 부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현대화와 관련,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동맹의 대응 방향을 밝히되,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는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찾는 일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상회담과 이후 협의에서 한미간에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일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의 변화,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와 연결된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포함한 한국의 국방비 증액, 대북 방어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확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이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즉 자신들의 비용 투입과 리스크는 줄이고 동맹국의 기여는 늘리는 방향으로 동맹 현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맹 조정의 '키맨' 역할을 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한국이 재래식 대북 방어에서 더 큰 역할을 감당하고, 그것을 위해 국방비 대폭 인상과 같은 비용 지출을 감내할 것을 기대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한국이 대북 방어와 관련해 더 큰 역할을 맡으면 그만큼 덜어낸 부담을 중국 견제에 투입하려는 것이 미국의 의중일 수 있는 것이다.
2만8천500명 안팎에 달하는 주한미군 일부를 줄여 괌으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등의 미국 언론 보도도 그런 점에서 심상치 않아 보였다.
결국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등 계기에 동맹 현대화 논의를 한국의 실질적 안보 강화로 연결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국방비 증액을 포함한 방위 기여 확대와,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대북 방어와 관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 미국의 요구를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군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극을 피하는 방향으로 '동맹 현대화'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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