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입 식재료 의존 한인들도 직격탄 우려
▶ 미 소비자 10명 중 8명 “심각한 가격 스트레스”
▶ 지출 줄여 ‘절약 모드’

미 성인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치솟은 물가와 관세 영향에 따른 가격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 랠프스 매장 모습.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는 “예전에는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한국산 김치나 라면을 주로 구입했다”며 “하지만 최근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부담을 느껴 결국 미국산 대체품을 선택하게 된다. 보통 4~5달러 차이가 나는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관세 부과로 한국산 식품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면, 한식 위주였던 식생활에서 메뉴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식료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스트레스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기조로 한국산 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 식재료 의존도가 높은 미주 한인들 역시 물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절약 모드에 들어서고 있다.
AP-NORC 공공문제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8명이 식료품 비용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이를 ‘심각한 스트레스’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요인은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전 계층에 걸쳐 나타났으며, 특히 연소득 3만 달러 미만 가구의 경우 무려 64%가 식료품비용을 ‘주요 스트레스’로 꼽았다. 또한 응답자의 3분의 1은 식료품뿐 아니라 의료비나 외식비, 오락비 등 필수 생활비 결제를 위해 ‘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경제적 부담이 일상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뉴욕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19세 용접공 애덤 부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이제는 냉동식품이나 간편식처럼 가장 저렴한 것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LA의 건축가 케빈 어빙 켈리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묻지 마 구매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물가 부담에 더해 트럼프 관세 여파로 미주 한인사회의 식료품비용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산 주요 수출 품목인 라면과 김치 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한인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매체들에 따르면 라면 수출 1위 기업인 삼양식품은 미국 시장 주력 제품인 ‘불닭’ 시리즈의 현지 판매 가격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율별 손익 시나리오는 마련하고, 해외 경쟁사 동향도 참고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은 2022년 LA 인근에 현지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로컬 식품기업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체 김치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부담을 완전히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료품 가격 부담으로 인해 여가 비용까지 줄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대형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매출은 증가한 반면, 중가 이상 식당들의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고급 식당 대신 저가 브랜드나 판촉 행사가 있는 업소로 발길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씨는 “외식은 물론 아마존에서의 충동구매를 줄이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이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소비 기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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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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