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중세 흑사병 창궐기 100편의‘야한 이야기’
데카메론은 ‘열흘 동안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지난주에는 천일야화 즉 ‘천일 밤 동안의 이야기’를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이야기 틀로 구성된 데카메론을 소개한다.
데카메론의 화자(話者)는 모두 10명이다. 열흘 동안 10명의 남녀가 나눈 10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14세기 유럽은 한 동안 생지옥이었다. 원인도 전염경로도 알지 못했던 흑사병이 전 유럽으로 번져나가면서 약 2,500만명이 몰살당했다. 이런 공포 분위기 가운데 사람들은 두 가지 극단적인 부류로 나눴다. 한 부류는 불가항력 현실 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더욱 귀의하며 수도원으로 들어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추구했던 금욕주의자들이었고, 다른 한 부류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 마음껏 인생들 즐겨 보자는 쾌락주의자들이었다.
데카메론은 후자에 속한 10명의 젊은 남녀들이 흑사병이 돌고 있던 이탈리아 피렌체 도시를 빠져나와 한적한 산속 별장에서 열흘 동안 함께 머물며 마음껏 즐겼던 음담패설을 종합한 것이다. 이 책은 인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르네상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시점에서 쓰인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그 내용을 좀 더 찬찬하게 읽다 보면 아마도 중세시대에 쓰인 가장 야한 외설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성직자들은 모두 성도착자들이다. 젊고 예쁜 여자만 보면 자신의 신분이고 뭐고 다 떠나서 어떻게 해서든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파렴치한 인물들로 묘사되고 있다.
어차피 신앙이나 경건생활 같은 것은 번거로웠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10명의 청춘남녀들은 성직자들을 그렇게 우롱하면서 내심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날 열 번째 ‘알베라크의 이야기’는 대표적 예다.
“알베라크라는 이름의 이교도 아름다운 처녀가 진리를 찾기 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루스티코라는 신부를 만나는데 그는 알베라크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궁리하던 끝에 어느 날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옷을 모두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자의 그것은 악마, 여자의 것은 지옥인데 악마는 지옥으로 보내야 한다며 쾌락을 즐겼다. 그러자 알베라크는 역시 진리를 아는 일을 매우 즐거운 일이구나 라고 좋아하면 신부를 찾아가 악마를 지옥으로 더 자주 보내달라는 간청을 했다”거의 비슷한 시대에 쓰인 단테의 ‘신곡’(神曲)에 비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살아 있는 인간 냄새가 폴폴 나는 ‘인곡’(人曲)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흑사병으로 인해 사방에 죽음의 냄새가 역겹게 나고 있던 상황에서 보카치오는 어쩌면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 신에 대한 좌절감, 성직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성(性)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언어를 통해 죽음의 시름을 잠시라도 잊으려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도서협찬: 반디북US(www.bandibook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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