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란 먹을 것이 없어 길거리를 떠도는 북한 아동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딱한 아이들에게 어떻게‘꽃다운 제비’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을까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는‘떠돌이’를 뜻하는 러시아 단어‘코체비예’에서 온 말이다. 북한 내부에 이런 꽃제비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북한 정부가 이에 관한 통계를 작성하지도 발표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기근으로 200만이 굶어죽고 북한 아동의 1/4 이상이 발육장애라는 유니세프 보고서를 참고로 하면 꽃제비의 수는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내 꽃제비도 살기 어렵지만 탈북자 부모를 따라, 혹은 혼자 국경을 넘어 만주 일대를 전전하고 있는 꽃제비들의 처지는 더 비참하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매일매일 굶주림과 박해를 견뎌야하며 늘 추방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새해 들어 이들에게 작지만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려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14일 작년 상하양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 아동 복지법’에 서명, 미국 정부가 이들을 공식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친한파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풀러턴, 공)이 제안한 이 법은 국무부가 재외 북한 어린이들의 실태와 이익증진 방안, 입양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이들의 가족 상봉 등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 통과를 위해 한인교회연합과 인권단체 링크(Link), 북한자유연합, 한미연합회 등이 수고했는데 미주 한인들이 이처럼 미 정치인들을 움직여 법안 제정에 일조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다.
미국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보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미 북한 인권에 대한 실태 조사를 의무화하고 북한 인권 대사를 임명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장돼 2017년까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 법 제정에는 당시 연방 상원의원이던 샘 브라운백(네브라스카, 공)이 큰 기여를 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미국이 북한 인권에 이렇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같은 핏줄인 한국은 감감 무소식이다. 7년이나 국회에 계류됐던 북한 인권법은 이 법이 통과되면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 경색이 우려된다는 야당의 집요한 반발로 작년 폐기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안에마저 기권, 국제 사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 법이 제정 안 됐을 때도 북한은 연평 해전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수없는 도발을 일삼아왔다. 남북 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는 것은 인권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북한의 호전성이다. 언제까지 북한 눈치를 보며 동족의 참상에 눈을 감을 것인가. 새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북한 인권법의 재상정과 통과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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