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엔‘10마일-10일 휴식’ 처럼 뛴 마일 수와 연계 요즘엔“근육통 치유에 1주일 등 총 4주 필요” 일반적 전문가들“심리적 요인도 회복의 중요한 구성요소”
▶ ‘재충전 기간’ 명확한 기준 없어
마라톤의 피로에서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심하다. 완전한 회복이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시 달릴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를 뜻한다.
뉴욕타임스의 건강 칼럼 기자인 지나 콜라타가 이번 달 마라톤을 완주했다. 생애 첫 마라톤이었다. 처녀 출전에서 같은 연령그룹 참가자들 가운데 2위를 차지하며 보스턴 마라톤 출전자격까지 따냈다. 오랜 훈련과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마라톤 다음날 그는 한 달음에 개인 코치인 탐 플레밍에게 달려갔다. 다시 훈련 스케줄을 짜기 위해서였다. 이미 5㎞와 10마일 경주, 하프 마라톤 등에 참가신청을 해놓았고, 당장 6주 뒤에 첫 경주가 열린다. 그러나 그의 코치는최소 4주간을 쉴 것을 권했다. 마라톤의 피로에서 벗어나려면 그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적이 좋아서인지 몸도 마음도 가뿐한데 한 달간 몸 풀기나 하라는 말이 마뜩치가 않았다.
결국 그는 이틀간 운동을 거른 후 사흘 만에 훈련을 재개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다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지금 당장 경주에 출전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4년 간 그를 지도해 온 플레밍 코치가 허튼 소리를 할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라톤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한 달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무래도 과장처럼 들렸다.
그와 동시에 마라톤을 뛰 후 완전한 회복에 이를 때까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확실히 알고 싶어졌다. 당장 그날부터 관계 문헌을 들추고 연구결과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직업의식이 발동된 것이다.
마라톤처럼 힘든 운동을 한 후의 회복기간을 다룬 ‘과학적’ 연구 결과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장기적인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무엇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기준조차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맹목적인 주장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가장 그럴 듯한 통설은 달린 마일 수만큼의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마일을 뛰었다면 10일이 지나야 비로소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의 운동생리학자 티머시 노키스 박사는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70년대에 유행했던 회복이론이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의 운동생리학자 히로푸미 다나카 교수도 “회복이라는 문제는 대단히 난해하다”며 “어떤 회복 구성요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연료에 해당하는 근육 글리코겐을 보충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에 관한 정보는 갖고 있지만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라톤을 뛴 후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섭취하면 24시간 내에 글리코겐을 재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기 회복’은 플레밍 코치가 말하는 ‘완전한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다나카 교수의 동료인 에드워드 코일 박사는 근육통을 기준으로 회복을 정의한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라톤을 완주한 후 근육통증이 가라앉고 근력을 되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주일 정도다.
코일 박사는 “근육이 쑤시면 1주일 정도 운동을 할 수가 없고 이로 인해 ‘디트레이닝 효과’(detraining effect)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험에 참여한 젊은이들에게 마라톤 1주일 전후로 운동을 자제하는 디트레이닝 기간을 갖게 한 후 생체조직을 떼어내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검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코일 박사는 1주간의 디트레이닝 후 완전한 달리기 속도를 회복할 때까지 꼬박 3주가 걸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디트레이닝 기간이 한 달로 늘어나면 이전의 주력을 되찾을 때까지 2개월이 소요된다.
마라톤으로 인한 근육통이 가라앉는데 보통 1주일이 걸리고, 이에 따라 1주일간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디트레이닝 효과가 나타나 3주 후에야 이전의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라톤만큼이나 힘든 운동이긴 해도 장거리 수영 선수와 사이클링 선수들은 근육통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경사로를 달려 내려갈 때처럼 근 수축이 일어나지만 실제 근육 길이는 늘어나는 이른바 신장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s)이 근육 통증의 주된 원인이다. 수영과 사이클링의 경우 근육은 신장성 수축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이클링 선수에게 회복의 최대 요건은 근육 글리코겐을 재충전하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근육 손상을 시사하는 효소인 크레아틴 키나아제(cretine kinase)나 염증과 관련한 단백질을 살피는 연구도 행해졌다.
그러나 미 육군 환경의학연구소의 생리학자 마리오 우르소 박사는 “근육 손상이나 염증은 개인차가 심하고 운동 후 회복과 상관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몸을 한계상황까지 밀어붙이면 많은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측정해 확실한 기준으로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명 주자들의 경험담을 경청한 노키스 박사는 심리적 요인 역시 회복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엘리트 주자들은 1년에 보통 한 차례, 많아야 두 차례 경주에 출전한다. 이들은 마라톤 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다시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를 회복하지만 심리적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달리는 거리에 비례해 심리적 준비상태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왕년에 사우스아프리카의 90㎞(55마일) 컴레이즈 마라톤에 단골 출전했던 노키스 박사는 다시 경주에 출전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데 최소 1년, 길게는 1년 반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여기에도 개인차가 심하다.
우르소 박사는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세 차례 마라톤을 뛰었다. 한번 뛸 때마다 3주간의 회복기를 거쳤는데 기록은 매번 향상됐다.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미국 기록을 작성한 라이언 홀은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는 올해 1월 올림픽 마라톤 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 무난히 대표팀에 합류했다.
우르소 박사는 마라톤 후 2~3주간 이른바 ‘리버스 테이퍼’(reverve taper) 방식의 몸 풀기를 권한다.
경주를 앞두고 대부부의 선수들은 점차적으로 훈련의 강도와 시간을 줄여나간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감소하는 것이 테이퍼 방식이다.
반대로 마라톤 후에는 가벼운 달리기로 시작해 점차 운동시간을 늘려간다. 그는 훈련 재개 후 첫 번째 달리기는 60분을 넘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우르소 박사는 이 프로그램을 따르게 되면 대부분의 런너들이 2~3주 내에 기본적인 ‘주행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콜라타 기자도 우르소 박사의 충고를 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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