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이 벤처 업계의 투자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에 돈보다는 `노하우’를 투자,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사업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창투사인 `텐덤’을 설립한 더그 레너트 등 3명은 금융 위기의 와중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인터넷 창업사를 지원, 상당한 수익을 올려 미 벤처 창투사 순위 5% 이내에 드는 선두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28일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많은 기존의 벤처 창투사들이 수익 감소에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지만 텐덤은 적은 비용으로 창업사들을 살려내는 `신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텐덤 공동 창업자인 레너트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살릴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주력하는 방식으로 벤처 투자의 개념과 철학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벤처투자자협회의 조사 결과 벤처투자자들의 올해 3.4분기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급감했고 벤처 기업의 상장은 올해 들어 10개 미만에 불과,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텐덤 창업자들은 과거 인터넷 이동통신 회사를 만들어 기업들을 상대로 이메일, 음성, 문자메시지 등을 중개하는 일을 하면서 거대 벤처투자자의 돈을 받아 수익 창출에 매달린 경험이 있다.
이들이 1990년대 초 창업한 인터넷 `웹밴’은 유명 벤처투자자로부터 수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크게 주목받았지만 2001년 닷컴 붕괴의 와중에 회사는 부도를 맞아 무너졌다.
이들은 유명 벤처투자자들의 돈이 얼마나 큰 부담을 안겨 주고, 수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다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이나 미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레너트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조기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올려주든가 아니면 회사를 접든가 선택을 해야만 한다며 당장의 수익 창출에 연연하게 되면 회사의 성공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벤처투자의 개념을 바꾸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거액을 투자한뒤 상당한 수익을 기대하며 뒷짐지고 기다리는 기존의 많은 벤처투자자들과는 차별화하자는 얘기다.
현재 텐덤은 1천5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고 창업자들이 경영에 관여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내인 5개 정보통신(IT) 분야 신생사들과 거래하고 있다.
텐덤은 초기 투자금이 회사당 85만 달러 규모로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창투사들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
텐덤의 창업자들은 투자금이 적지만 인터넷 등 신생 회사들의 경영과 홍보, 인적 네트워크 연결, 판촉 활동에까지 직접 개입, 상당기간 기업 경영의 노하우 전수에 주력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초보 경영자나 제품 마케팅.홍보 등에 문외한인 신생 기업의 엔지니어 경영자들이 이들의 주 고객이다.
첨단 상품을 만들어 놓고도 이 상품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제품인지, 판로를 어떻게 개척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초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들이 `구세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텐덤이 투자 지원한 컴퓨터 창업사는 최근 디스크드라이브 제품을 애플에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오라클 재직 경력을 가진 레너트 등은 엔지니어 출신의 신생 기업인들이 만든 제품을 누가 필요로 하고, 어느 가격에 팔릴 수 있는지 등 경영의 안목을 키워 온 게 지금의 성공 비결이 되고 있다.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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