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리시 인기 보컬그룹 U2가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세계 정상급 파도타기 선수들이 북쪽 해안에서 묘기를 뽐냈다. ‘호놀룰루 마라톤 호텔’은 완전 매진이었다. 하와이에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자주 드나드는 술집 ‘캡틴 잭스’에서는 엉뚱한 주제가 화젯거리가 됐다. 재떨이와 좁은 통로에 대한 얘기가 톱 이슈였다. 하와이는 지난 11월 중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법을 제정했다. 술집, 식당, 그리고 대부분 호텔 객실에서의 흡연을 금지했다. 그리고 모든 건물 입구, 창문, 환기통에서 20피트 이내에서는 담배를 필 수 없다고 명시했다.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강력한 금연법 제정…술집·호텔·식당 등서 “NO”
건물·창문·환기통서 20피트 떨어져야, 위반시 벌금 425달러
관광수입의 20% 기여하는‘끽연’일본 관광객들 반응에 촉각
“손님 줄라”호텔들‘흡연지정장소’안내표지판 게시하기도
술집 캡틴 잭스의 단골들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캡틴 잭스의 손님들은 술집 내부는 물론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담배를 즐겼다. 그러나 이젠 언감생심이다. 법대로 하자면 술집에서 100피트정도 걸어가야 한다. 주위에도 다른 가게나 건물이 있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피하려면 그 정도 멀리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술집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손님 질 모라토는 이러한 변화에 화가 났다. 그는 “우리는 범죄자처럼 숨어야 한다. 나는 세계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여기처럼 쓰레기통 옆에 숨다시피 하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 캡틴 잭스에서 100피트 떨어지려면 냄새나는 쓰레기통을 지나야 한다.
그래도 모라토는 이 곳 주민이다. 호놀룰루 업소들이 걱정하는 것은 관광객들에게 미칠 영향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새 금연법을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들이 하와이에서 뿌리는 돈은 1년 관광수입 110억 달러의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일본관광객들은 흡연가가 많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담배수입국이며 소비국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일본 남자의 절반이 담배를 피웠다. 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다.
이러한 일본인들을 하와이에서 멀어지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와이키키 해변에는 일본인들이 수두룩하다. 일본인 거리악사가 일본 연가를 부르면서 밥벌이를 한다. 대형 일본여행사가 아예 해변의 호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영업을 한다. 일부 상점에서는 일본화폐인 엔화를 받고 물건을 팔기도 한다. 이 정도로 일본관광객의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새 법이 제정되면서 하야트 와이키키 호텔은 편의점과 에어컨 소리가 요란한 곳의 중간골목길에 ‘흡연지정장소’라는 간판이 내걸었다.
손님들에게 위법 시 벌금이 425달러라는 경고 메시지도 게시했다. 흡연자들에겐 ‘서슬 퍼런 시대’가 온 것이다.
일본관광객들은 하와이에서 1인당 하루 평균 255달러를 소비한다. 이런 알짜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하와이 관계당국은 머리를 짜내고 있다. 일단 주 관광당국이 일본 여행사와 연계해 새 법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 있는 여행사 본사와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신혼여행을 온 히로유키 후지모토(29)는 “호텔을 예약하기 전 친구들로부터 새 법에 대해서 들었다. 일본에서는 흡연은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화 돼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호텔 밖 저만치에서 담배를 즐겼고 그 사이 아내는 호텔 방에서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금연법이 하나의 트렌드가 돼 있다. 30여 개 주가 이미 금연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2,300여 지방정부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하와이에서도 이미 다른 모든 섬들에서는 이미 식당에서 흡연을 법으로 금지했다. 일본계 주민 제니스 오부코는 “금연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하와이 관광국장인 마샤 위너트는 “아직 새 금연법에 대한 불평이 일본 여행사들로부터 접수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장사가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위너트는 “금연법의 여파가 하와이 경제에 미칠지 모르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캡틴 잭스의 바텐더 워렌 쇼는 다른 이유로 새 금연법을 싫어한다고 했다. 예전과 달리 바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멀리 쫓아내듯 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싫다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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