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팍 참전비 ‘한국군 사망자 5만여명’
▶ 한국정부 사망 집계는 14만명
맨하탄 최남단의 세계적인 관광명소 ‘배터리 팍’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 미국에서는 최초로 조성된 6.25전쟁기념비로 ‘총을 멘 군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예술성 높은 대리석 조형물까지 세워져 있어 뉴욕시의 관광상품으로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까지 얻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을 보는 스태튼아일랜드(S.I.) 참전용사회의 서노마씨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매년 6.25때면 이곳에서 기념식을 갖고 있는 참전용사회 일원으로서 잘못된 6.25전쟁의 기록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서씨는 “한국군 사상자수가 잘못 표기된 것을 이미 십수년전 알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이제 지쳤다”면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동부 지역의 대표적인 6.25전쟁기념조형물인 맨하탄 배터리팍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잘못 표기된 한국군 사상자수가 수정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뉴욕시공원국 산하 한국전참전기념위원회가 1991년에 건립한 점을 감안하면 무려 20년째 방치돼 온 셈으로 무감각한 한인사회의 역사 인식에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뉴욕총영사관은 10년 이상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턱 없이’ 적은 한국군 사망자수 =배터리팍 한국전 참전비에는 6.25 전쟁기간 희생한 한국군 사망자수가 ▶5만8,127명 ▶부상자 17만5,743명 ▶행방불명자 17만4,244명 등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국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한국전 사상자 통계와 터무니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된 한국군 ▶사망자수는 13만7,899명으로 배터리팍 기념비 수치의 2.5배에 달하고 있으며 부상자도 ▶45만742명으로 참전비에 새겨진 수치보다 3배 가량 많았다. 반면 행방불명자는 ▶2만4,495명으로 15만명 가량 적었다.
미 국방부가 2005년 발표한 한국전 사상자 통계에도 한국군 사망자는 41만5,004명, 부상자 42만8,568명, 행방불명자 45만9,428명 등으로 배터리팍 기록과 확연한 차이가 났다. S.I.한국전참전용사회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 역시 한국군 사망자는 57만947명, 부상자 95만73명, 행방불명자 46만428명 등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군 등 16개 유엔 참전국의 사상자수의 경우 배터리팍 기록물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째 수정요구…‘함흥차사’=이에 대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배터리팍 기념비에 새겨진 한국군 사상자수는 분명히 오류로 집계된 수치로 이에 대한 수정 작업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6.25참전유공자회의 한 관계자는 “미군 참전용사의 사망자가 5만4,246명으로 기록돼 있는데 전쟁 당사국이었던 한국군 사망자가 5만8,127명밖에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한국정부가 나서서라도 즉각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S.I 참전용사회의 서노마씨는 “이미 10여년전부터 뉴욕총영사관 측에 공식서한도 보내도 보고, 배터리팍에서 6.25기념식이 열릴 때마다 행사에 참석한 총영사관 관계자들에게 수정요구도 했지만, 요구 당시에만 반짝 반응을 보일 뿐 시간이 좀 지나면 함흥차사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민원접수를 받고 실태파악을 한 후 수정작업을 위해 뉴욕시 공원국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이 없어 진행이 중단됐다”면서 “빠른시일내에 뉴욕시공원국에 다시 연락을 취해 참전비 사상자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노열 기자>
한국전쟁 61주기를 하루 앞둔 24일 맨하탄 배터리팍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잘못 표기된 한국군 사상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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