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독교의 특징과 속성을 ‘하나님의 섭리와 뜻에 따른 하나님과 나 그리고 나와 이웃의 관계 신앙'으로 본다. 나이 90에 가까워지면서 ‘바라보는 인생'보다 ‘돌아보는 인생'이 더 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면 삶의 발자취마다 하나님의 뜻에 따른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이웃과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속에서 이루어진 지나간 삶들이 그 당시에는 관계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었으나 세월이 흘러 되돌아보면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내 지나간 삶속에서 하나님께서 뜻에 따라 특별히 보내주셔서 특별한 관계를 맺게 해 주신 두 분을 문득 생각했다. 한분은 김동수 교수이고 다른 한분은 이주헌 선교사다. 김동수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85세를 일기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나는 김 교수를 2006년 봄학기에 한동대학에서 두번째 만나 2년 동안 함께 학생을 가르쳤다. 김 교수는 버지니아 노폭주립대에서 27년간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하고 한동대학에서 와서 신설된 사회복지학부 운용을 도와주고 있었다. 김 교수를 한동에서 만난 것은 정말 뜻밖에 일이었다.
내가 김 교수를 처음만난 것은 펜실베니아대학원에서 피츠버그대학원으로 전학했던 1969년 겨울이었다. 피츠버그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를 마치고 당시 피츠버그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김 교수는 연고자 아무도 없는 나를 집으로 초청, 이 지역 최초 한인교회 피츠버그한인교회에서 전도사로 목회를 하면서 나의 신앙과 유학 생활을 도와주었다.
김 교수는 1년 후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하기위해 피츠버그를 떠났다. 그 후 전혀 연락이 없다가 55년만에 한동대학에서 다시 만났다.
2007년 가을 어느날 한동대에서 김 교수가 자신이 엮은 ‘러시아 땅에 떨어진 두 밀알’(2000, 타이드워터한인침례교회)라는 제목의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주헌 이계원 선교사님의 순교 자료집이었다. 이주헌 선교사는 연세의대를 1960년에 졸업, 해군 군의관을 마치고 1966년에 도미, 수련과정을 마치고 심장내과전문의로 일하면서 타이드워터한인침례교회 안수집사로 섬겼다. 미국남침례교단과 타이드워터한인침례교회(담임 도지덕 목사)에서 1993년 6월 13일 의료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선교사역을 펼치던 이 선교사 내외는 북한에서 지령한 사람들에 의해 1995년 3월15일(추정) 새벽 자택에서 흉기로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하늘나라로 갔다. 김 교수는 이 선교사 내외가 숨진 후 3년 동안 이 선교사 내외에 관한 순직 자료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김교수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사고 현지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교회 병원 이웃등에서 한달동안 머물렀으며 서울 군산 버지니아교회등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나는 466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일주일만에 눈물로 다 읽었다. 한글과 영문 두 편으로 나누어 편집된 이 책은 이 선교사 내외의 신앙고백, 신앙간증, 선교 보고, 선교활동 일기, 선교사 내외의 죽음의 현장, 현지 의대생과 동료들이 보낸 감상의 이야기와 추도사들, 친구 친척 교인들의 추도사, 미국과 한국 그리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자료 등 모두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1993년 봄 이주헌 선교사님이 나를 한번 만나기를 원한다면서 전화를 주셨다. 내가 섬기고 있는 메릴랜드 벧엘교회 몇몇 장로님과 함께 이 선교사님을 만났다. 이 선교사님은 의료개업을 58세에 끝내고 간호사인 사모님과 함께 해외 의료선교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 벧엘교회는 인도네시아 신땅에 아가페병원을 짓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여의치 못해 이주헌 선교사는 선교지 방향을 바꾸어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의과대학에서 강의하며 의료선교와 함께 교회개척을 시작했다. 이주헌 선교사 내외는 선교사역을 시작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참사를 당한 것이다. 내가 이주헌선교사를 만난 것은 2시간도 채 되 않았다. 나는 김동수 교수가 건네준 ‘러시아 땅에 떨어진 두 밀알’을 읽으면서 이주헌 선교사와 만나 나누었던 그의 선교열정에 찬 말들을 지금도 되새겨본다. 그리고 이주헌 선교사님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또한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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