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에 미네소타에 있는 대학에 유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다. 그 대학에는 한인 학생들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지도 교수가 공항에 마중 나왔다.
당시에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 커다란 가방 네 개를 가지고 도착했는데, 다행히 지도 교수의 차는 그 이민 가방들을 트렁크에 다 실을 수 있었다.
8기통 대형 승용차였는데, 이민 가방 네 개를 트렁크에 모두 실을 수 있는 승용차는 요즈음에는 없을 것이다.
지도 교수는 우리 부부를 ‘모텔 8’이라는 숙소에 내려 주고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매니저의 이름과 전화 번호를 주고는 학교로 돌아 갔다. 우리는 버스를 갈아타면서 아파트를 찾아가서 매니저를 만나 앞으로 살 아파트를 정했다. 아파트 입주가 바로 가능한 것이 없었고 결국 3주를 기다려야 했다.
살 곳은 정해졌고 옷도 가지고 간 것이 있어서 의와 주가 해결되었지만 먹는 것이 문제였다. 모텔 가까운 곳에 있는 웬디스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도착한지 열흘쯤 지나서 한국 음식이 무척 그리울 때 학교 근처에서 ‘Chinese Restaurant’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Chinese Restaurant’이니까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중국집’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가서 당당하게 ‘짜장면’을 주문했다. 주문 받은 종업원은 당연히 당황스러워 했다.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짜장면을 설명했다. “국수 위에 검은색 소스가 올려진 …”.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자신의 ‘중국집’에는 그런 음식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검은색 빛이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중국집’에 짜장면이 없을 수 있지? 짜장면 없는 ‘중국집’이 ‘중국집’인가?”
이 당시에 마늘과 관련된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미국에 가면 한국 음식 먹기 힘들다고 부모님이 마늘 한두 첩을 이민 가방에 넣어 주셨다. 하나도 손질이 안된, 새끼줄 같은 것에 끼워진 원초적 마늘이었다.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3주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이민 가방은 풀리지 못하고 모텔 방 한 구석에 세워져 있었다. 약 2주 정도 지났을 때 문득 마늘 생각이 났다. “가방에 마늘이 있지 …”
공기도 통하지 않은 이민 가방 속에 2주일 넘게 있었던 마늘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부 썩어 있었다. 썩은 마늘은 처치됐지만, 썩어도 마늘은 마늘이었다. 마늘 냄새가 좁은 모텔 방에 진동 했다. 모텔 종업원이 매일 방을 치워 주었는데, 마늘을 처치한 다음 날 방을 청소하러 온 종업원은 질색했을 것이다. 왠지 그 다음날 부터 프런트 테스크의 직원이 우리를 보는 눈이 이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 동양에서 온 퇴마사들 아냐?” 서양에서 마늘은 귀신을 쫓아낼 때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모텔 직원들이 우리 부부를 퇴마사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이런 잊지 못할 해프닝 끝에 아파트에 입주했다. 철길 옆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방에서 철길이 보였다. 가끔 긴 행렬의 화물 열차가 지나갔는데, ‘Han Jin’이라고 적힌 콘테이너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저 콘테이너 속에 들어가면 한국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가서 제대로 된 ‘중국집’에서 마음껏 짜장면을 시켜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민 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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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룡 목사 / 갈보리장로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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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70년대 개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