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북자 문제 해결, 국제사회 힘 모아야”
반기문(왼쪽 3번째) 유엔사무총장이 유순택(5번째)여사와 함께 4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국제 바자회’ 개회식에 참석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유엔>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 토론회서
북한의 `일본인납북자 특별조사 일방중단' 비난
로버트 킹 특사도 “대북압력 함께 할 것” 밝혀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체결한 양자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함에 따라 그나마 국제사회에 잔재했던 작은 신뢰마저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이날 오전 10시 유엔본부 제11호 회의실에서 일본 정부의 납북자문제본부가 주최한 ‘북한 인권 상황’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당국이 지난 2월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특별조사”를 중단한 사실을 꼬집어 이 같이 규탄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이(외국인 납북자)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과거를 방문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매일매일 계속돼야 하는 노력인 만큼 그 어느 때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올해 2월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납북자들을 포함해 북한에 남아있을 수 있는 일본인 문제에 대해 실시하기로 했던 특별조사단의 특별조사를 중단됐음을 발표했다”며 “관련 관심 사안을 조사키로 (북•일) 양국이 도달한 공식 이해에 대해 이처럼 일방적이고 납득이 안 가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이던 간에 그동안 남아있던 그 어떠한 (대북) 신뢰를 모두 다 지워 버렸다”고 선언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은 더 나가서 포괄적으로 북한의 과거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김정은씨’(Mr. Km Jong Un)에게 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후) 2년이 지난 지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과 김정은씨는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변명할 수가 없게 됐다”며 “따라서 (북한인권전문가단 구성을 주문한)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 채택으로 인해 우리(유엔)는 DPRK와 그 곳 최고지도자의 형사책임 추궁을 향한 마지막 행로 문턱에 서게 됐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 특사도 “(외국인 납북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오늘과 같은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미국)는 북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노력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 한국정부, 그리고 다른 정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데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스노부 가토 일본 납북자문제 대사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다루스만 특별보고관과 킹 특사 이외에도 국제제인권 NGO ‘휴멘라이츠워치’(HRW)의 국제정의프로그램 수석법률고문 파람-프릿 싱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법률적 절차와 현황 및 전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일본인 납북자 피해가족인 타쿠야 요코타(1977년 납북된 메구미의 남동생)와 쇼이치 오사와(1974년 납북된 다카시의 형), 그리고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Transnational Justice Working Group)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오세혁씨가 산증인으로 초정돼 발표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100여명 탈북민들을 직접 인터뷰(interview)한 과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자행한 많은 인권침해 중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다”며 “예를 들어 90년대 초반에 (중국에서) 조선족이거나 중국 한족 사람들이 한국 사람과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납치되어 (북한) 감옥에서 고문 받다가 죽었다는 여러 증언이 나왔다”고 폭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엔 회원국 대표부, 유엔 기구와 NGO, 학생 대표들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편 센지화(Shen Jhihua) 베이징대학 현대사연구중심 특별연구원은 2005년 6월 구소련의 비밀해제문서들을 근거로 내놓은 “한국전쟁기: 북-중 갈등해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6.25 전쟁 휴전협정과 함께 북한이 남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미송환자가 국군포로 1만3,094명, 강집•의용군 4만2,262명이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2014년 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감행한 “대부분의 (외국인) 납치와 강제실종은 6.25 전쟁 및 1959년 시작된 일본으로부터의 조직적인 한인 이주와 연관이 있다”며 “그러나 한국, 일본 및 여타 국가의 수백 명의 사람들 또한 1960년대와 80년대 사이 북한에 납치되었고 최근 북한은 자국 국민 및 한국 국민 수 명을 중국에서 납치하였다.
■기자의 눈/ "애꿎은 날씨 탓"
‘북한 인권 상황’을 조명하는 토론회가 4일 오전 10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일본 정부의 ‘납북자문제본부’가 주최한 행사로 193개 회원국의 활동무대인 유엔본부에서 한 회원국이 또 다른 회원국을 표적한 공개회의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행사는 애당초 기대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빛을 보지 못했다.”당일 같은 시간에 유엔본부 방문자 광장에서 ‘유엔 국제 바자회’(United Nations International Bazaar)가 열렸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를 행사준비위원회 명예회장으로 내세운 유엔주재 회원국 대표부 대사 부인들과 유엔여성 단체들이 공동주최한 이 바자회는 원래 하루 전인 3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행사 개최당일 “온종일 비” 일기예보가 나오자 급하게 다음날로 미뤄졌던 것이다.
이에 반 총장은 4일 오전 10시30분 부인과 함께 나란히 바자회 개회식에 참석해 ‘리본커팅’(Rubbon Cutting)을 했다.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유엔 출입기자단이 갑자기 동시에 열린 2개 행사를 놓고 어디로 몰렸는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바자회는 수익금이 유엔 난민기구(UNHCR)에 시리아 난민 지원 기금으로 기부된다고 선전됐기에 언론의 취재 취지도 충분했다. 그러다보니 반 총장 부부가 당일 ‘북한 인권 상황’에 쏠렸어야 했던 국제사회의 관심을 ‘시리아 난민 사태’로 돌린 셈이 돼버렸다.
유엔 출입기자단 사이에 북한 인권 문제에 남달리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도 막판에 부인 김미리 여사가 행사기획위원으로 봉사한 바자회의 개회식을 택했다.
그래서였는지 토론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오영주 차석대사는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던 듯 호주와 유렵연합(EU)에 이어 한국 대표에 주어진 예우 발언권으로 “북한 해외 근로자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회 주제를 떠나 북한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노예 취급을 받는 문제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대한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북한 공민의 인권 문제이고 국군포로와 한국인 납북자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문제이다.
오 대사가 당일 토론회에 직접 나서 2014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인권문제회의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해 “우리에게 그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다”고 호소한 감동연설에 버금가는 명연설로 그동안 “빛을 못 본” 국군포로와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하게 조명해주기를 기대한 것은 기자만의 바램이었을까?
또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에서의 평화 안정을 위해 화해와 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에 언제든 기여할 준비가 돼있다”는 말을 대변인 입에 달고 다니는 반 총장이 이번 기회에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은 남북관계의 화해와 개선을 향한 첫 걸음이다”고 영상 메시지라도 보내주기를 바랜 희망은 기자만의 욕심이었을까?
국군포로와 한국인 납북자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국제사회와 정부의 ‘무관심’이 아니라 그냥 ‘애꿎은 날씨 탓’이었다는 해명이 통할까?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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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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