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을 접고 브라질로의 영주 귀국을 결심한 보르헤스 가정이 짐을 꾸리고 있는 모습. 뉴욕 케네디 공항을 통해서만 매일 150명 이상의 브라질 이민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브라질 이민그룹, ‘역이민 소용돌이’에
원웨이티켓 매진 수천명씩 떼지어 출국
지난 20여년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중산층 브라질인들처럼 호세 오스반디르 보르헤스와 그의 와이프 엘리자베스는 처음에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불법체류자가 돼 전혀 예상치 않았던 방식으로 미국에 뿌리를 박았다. 플라스마 스크린 TV, 또 학교에서 받은 상장, 그밖에 뉴와크 아이언바운드에서의 12년간의 삶 동안의 열매들을 소중히 싸들고 보르헤스 부부와 미국에서 난 딸 마리아나(10)는 브라질로 곧 영주귀국을 할 예정이다. 미국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아들 띠아고(21)는 떠나기가 싫었지만 1,2년 내로 가족과 합류할 예정이다.
“일생을 합법적 거주자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보낼 수는 없다.” 보르헤스의 말이다.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브라질로 영구 귀국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지난96년 미국에 들어온 이후 미국과 브라질의 변하는 경제여건과 관련해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됐었다. 그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이제 영구 귀국을 함으로써 앞으로 10년 동안 이들은 방문자로서도 미국입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생활을 포기 한다’- 그 결정은 수많은 미국 내 브라질이민자들이 내리고 있는 결정이기도하다. 브라질 영사관에 따르면 브라질로의 원웨이 티켓 예약이 줄을 대면서 북쪽으로는 보스턴에서 남쪽으로는 플로리다 폼파노비치에 이르는 지역 등에 산재해 있는 브라질 커뮤니티는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역이민은 1백10여만을 헤아리는 미국 내 브라질 이민자들 사이에는 하나의 뚜렷한 흐름이었다. 왜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하고 이 같은 쓰라린 결정을 내리는가. 많은 이유들이 지적된다. 추방공포 때문에, 미국경제의 슬럼프 등등.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운전면허증 만료와 끊임없이 떨어지는 달러화 가격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는 브라질 레알화에 대비해 그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한 때 4대1이던 환율은 1.7대1을 마크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낮아졌다.
“이런 정황을 모두 종합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브라질로의 영구 귀국 결정을 내리게 된다.” 뉴욕주 마운트 버논에 사는 브라질계 비즈니스맨 페드로 코엘로의 말이다. “그들은 떠나는가. 그렇다, 수백명씩 떠난다.” 이어지는 코엘로의 자문자답이다.
보스턴지역의 브라질이민 커뮤니티의 경우를 보자. 이 지역 브라질 이민센터 창립자 파우스토 다 로차는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브라질이민자들은 수천명씩 떼를 지어 영구귀국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 중 상당수는 서브프라임 주택융자위기로 집을 잃었다. 뉴욕과 뉴저지지역의 여행사들은 브라질로의 원웨이 티켓예약이 지난해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뉴욕의 케네디 공항을 통해 브라질로 영주귀국을 하는 사람만 매일 150명 정도로, 내년 2월까지 원웨이 티켓은 벌써 매진상태를 맞았다는 것이다.
남부지역 다섯 개 주를 관장하는 마이애미의 브라질영사관은 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브라질인이 나가는 브라질인 수에 크게 밑돌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힌다. 2005까지만 해도 추세는 반대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역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이민그룹의 역이민 사태- 이는 그러면 미국 내 전체 이민사회에서 일어날 전위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브라질이민은 다른 라틴아메리카 이민그룹들과는 달리 중산층 출신이 대부분이라는 점 때문이다. 보르헤스 커플의 경우처럼 브라질 이민자들은 도시출신에 교육수준이 높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번 돈을 브라질에 투자해왔다. 영구 귀국을 해도 생계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른 라틴아메리카 이민그룹들과는 차별이 된다.
브라질 이민자들의 역이민 현상은 이민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과 상당부분 상치된다. 불법체류자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면 주창자들은 운전면허갱신거부, 마구잡이 단속 등의 조치들은 불법체류자들을 지하로 숨게 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강력단속에 엄벌 주창자들은 불법이민자는 미국경제의 흐름과 관계없이 계속 증가한다는 입장이었다. 브라질이민그룹의 이 같은 역이민은 이 양쪽 주장이 다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상은 점차 적어지고 있고 지출은 늘기만 한다. 그게 요즘의 미국생활이다.
두고 떠난 형제자매들은 점차 늙어만 간다. 거기다가 불법체류자 생활이라는 게 정처가 없는 그런 생활이다. 언제 체포돼 추방될지, 그에 따른 희생은 얼마나 클지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그만 하면 됐지 않은가.” 그런 자문 끝에 사람들은 영구귀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소중히 지녔던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버리고.
운전면허갱신 불허
불황경제가 주원인
왜 그들은 역이민을 결심하게 되는가. 답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패턴은 일정하다. 사우스 플로리다 지역의 브라질 이민그룹의 경우 불법체류자에 대한 운전면허발급 불허가 그 터닝 포인트로 지적된다.
주택경기가 식으면서 주로 건설업에 매달려 살아온 이 지역의 많은 브라질 이민자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불법체류자에 대한 운전면허갱신 불허 조치는 하루하루 생계에 위협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아미의 브라질이민 커뮤니티는 90년대에 급팽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이 지역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발급받은 게 8년 만기의 운전면허증이다. 그 면허가 만기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갱신이 안 되고 있는 것.
“플로리다 주에는 공중교통시설이 발달돼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렵고 떨리는 가운데 매일같이 차를 몰고 일하러 나간다. 까닥하면 이민국 수용소 행이다.” 불법체류자들을 돕는 이 지역 가톨릭교회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만하면 됐다는 생각과 함께 영구귀국을 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 주에는 공중교통수단이 어느 정도 갖추어 있다. 거기서 이루어지는 것은 시와 때, 그리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단속이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에 허덕인다. 집을 날린 사란도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여건들이 대대적인 엑소더스를 유발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만 최소한 5,000명이 이 지역을 떠났다.” 이 지역 브라질 커뮤니티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영주귀국을 함에 따라 누구보다 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은 이 지역에 아파트나,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류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달픈지 모른다. 상황은 그런데 더 나빠져만 간다.” 청소가 주업인 노르마 도스 산토스의 말이다.
갓 난 아이와 두 살짜리의 어머니인 그녀는 영구 귀국을 결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 왜 미국에서 떠났냐고 물으면 뭐라고 말해야 할 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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