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소속 무장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공안국 건물을 경비하고 있다. 하마스는 14일 가자에서 파타 정당에 충성하는 자치정부 공안군을 물리치고 이 건물을 장악했다.
파타당 출신 압바스 수반, 공동내각 해산령
비상사태도 선포 조기총선 밝혀
하마스측선 즉각 불복종 천명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이 자체 무장조직을 동원, 나흘째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4일 지난 3월 출범한 하마스와 파타 당의 공동내각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총선 결과에 따라 출범한 하마스 단독 내각을 대체해 올해 3월 새로 구성된 하마스-파타당 공동내각이 붕괴하게 됐다. 파타를 이끄는 압바스 수반이 공동 정부를 깨버리는 사실상의 하향식 쿠데타를 일으킨 셈이다. 압바스 수반은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가자지구에 다국적군의 배치를 요청했다.
압바스 수반의 내각 해산 명령에 따라 자치정부에서 하마스를 대표해 온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자동으로 총리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한편 지난해 초 총선을 통해 내각을 장악한 하마스는 압바스 수반의 비상사태 선포와 내각 해산 명령을 일축하며 불복종 입장을 밝혔다. 자체 보안군 6,000여명과 산하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 조직원 1만5,000여명을 거느린 하마스가 지난해 총선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압바스 수반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파타당은 수반 경비대 5,000여명과 자체 보안군 3만여명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압바스 수반의 공동내각 해산 선언으로 4일째 계속되고 있는 하마스 무장조직과 파타당 계열 무장조직 간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마스는 14일 가자지구에서 파타당의 통제를 받던 보안시설들을 대부분 장악했으며 이에 맞서 파타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 추종자들을 체포했다. 양측의 충돌이 본격화한 지난 9일 이후 100여 명이 희생됐다.
■ 충돌 배경은
미·이스라엘 ‘봉쇄-이간책’에
하마스-파타당 총 겨누게된 셈
하마스와 파타당의 싸움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및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 내각 출범 후 조성해온 환경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1월 총선 승리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각을 장악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를 문제 삼은 미국과 EU는 이스라엘과 손잡고 하마스 내각을 굴복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원조를 중단했다.
또 이스라엘은 자치정부에 돌려줘야 하는 월간 5,500만달러의 세수마저 임의로 동결함으로써 자치정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갔다. 이 때문에 하마스가 이끄는 자치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처지가 됐고, 파타당을 지지하는 보안요원들의 하마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하마스는 봉쇄제재를 피할 목적으로 지난 3월 서방권과 이스라엘이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파타당을 끌어들여 공동내각을 구성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공동내각 구성에 합의한 압바스 수반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면서도 압바스 수반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파타당과 하마스를 갈라놓는 전략을 썼다.
미국은 특히 압바스 수반을 추종하는 보안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마스의 위기의식을 키웠다. 하마스와 파타당 간의 싸움은 하마스 내각을 고립시켜 스스로 무너지게 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봉쇄정책과 이간책이 효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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