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들은 왕초와 똘만이적 성격이 결합의 원리이다”라고 한국 사회학계의 원로 최재석 박사가 언급한 바 있다.
왕초와 똘만이란 말은 불량배집단에서 사용되는 속된 말이다. 이 왕초와 똘만이 집단의 성격을 요약해 보면 비합리적 요인을 계기로 하여 조직되었고 평등관계가 아닌 주종관계로 지배하며 왕초는 똘만이를 보호하고 똘만이는 왕초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기 위해 알아서 봉사한다.
그리고 이들 집단은 타 집단에 대해 극히 배타적이고 비합리적 의리로 뭉쳐있다.
이러한 결합원리 때문에 정강과 정책이 동일하면서도 하나의 정당을 형성 못하고 각기 창당되어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기의 우두머리 앞에서는 무조건 복종의 덕을 발휘하면서 그외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는 중상모략을 예사로 행한다. 그 결과 인격을 존중하고 정책으로 대결하는 페어 플레이가 거의 없이 극한 투쟁으로 내닫는다.
작년에 은퇴한 원로 정치인 L옹이 LA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필자가 그 강연장에 갔다가 갑자기 그 분을 단위에 소개하는 일을 맡게 돼 당황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원로 정치가이신 L옹을 뵙게되니까 2가지가 생각납니다. 첫째는 신탁통치반대의 선봉자이시고 둘째는 ‘왕사꾸라’이십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분의 표정과 청중의 분위기가 시베리아 벌판처럼 완전히 얼어버렸다.
필자는 바로 이어 “우리 나라 정치가 권위주의 문화로 인해 극좌 극우로 양극화되어 항상 파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간역할이 있어야 합의 문화가 형성되어 폭력이 없는 안정된 정치활동이 가능해 집니다. 아쉽게도 중간다리 역할인 ‘왕사꾸라’가 타협을 부르짖다가 어용정치인 또는 회색분자로 몰려 은퇴하고 말았기에 오늘날 정치문화가 욕설문화가 되고 정치발전은 정치쇠퇴가 되었습니다”라고 설명을 가하자 박장대소하여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된 바 있었다.
선각자들의 말을 빌리면 중국의 맹자는 “중용이란 극단적인 것 또는 서로 충돌하는 일의 중간의 길을 취하는 현명한 행동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플라톤은 “어느 곳에서 그치어야 되는가를 알고 그곳에서 그치는 것을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이것은 크기의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가치의 질적 비교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친 바 있다.
지난 13일 LA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에 관해 발언한 바 있지만 미국정부 및 다수 한인들과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혁신과 보수에 관한 언급은 점진적 개혁과 보수의 의견을 수용하는 보수적 혁신의 성향을 확실히 시사함으로써 중용을 취하려는 상당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불신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아무튼 한국의 정치권이 사생 결단하는 양극문화에서 벗어나 중간이 있는 합의문화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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