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규탄’ 문구때문에 언론성명 합의 실패
러시아 제안 언론성명 중국 딴지로 합의도출 실패
한반도 둘러싼 러시아-중국간 입장차 확인한 셈
라이스 댓하 "규탄문구 포함되지 않은 성명 동의못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9일 한반도 긴급회의를 가졌다.이날 회의는 하루 전 러시아의 비탈리 처르킨 대사가 이달 순회의장국인 미국의 수잔 라이스
대사에게 "한반도에서의 상황"(situation in the Korean Peninsula)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emergency meeting)를 요청함에 따라 열린 것.
처르킨 대사는 18일 오후 주유엔러시아대표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연방의 국가안보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고 긴급회의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처르킨 대사는 이어 “우리는 안보리가 반드시 한국과 북한에 자제 신호를 보내야 하며 2개 코리아측 사이의 모든 분쟁을 정치적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목적으로 외교적 활동을 개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긴급회의에서 러시아가 전개할 입장을 밝혔다.그는 또 자신이 요청한 긴급회의가 당일이 아닌 하루 뒤 소집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regret), “안보리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의장인 라이스 대사를 비난한 뒤 회의가 열릴 때 까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추가로 격화시키는 그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 한다”고 덧붙여 상황이 매우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안보리 이사국이 의장국에게 긴급회의를 요청하면 의장국은 즉시 모든 이사국들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와 관련 19일 실제 회의가 끝난 뒤 라이스 대사는 “일부 주요 이사국들이 본국의 지시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공식 요청이 접수된 하루 뒤인 19일 오전 11시에 이사회가 소집된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의 ‘언론성명’ 초안
러시아는 이번 긴급회의 소집 요청과 함께 안보리에서 논의할 ‘언론성명’(Press Statement) 초안을 회원국들에게 회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성명’이란 ‘안보리결의안’(Security Council Resolution)과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에 이어 안보리가 특정 이슈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이자 가장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치로 의장이 이사국간의 ‘합의’(consensus) 내용을 언론에 공식 발표하는 상징적인 성격이다.회의에 앞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초안은 “안보리 회원국들이 긴급회의를 갖고 한반도에서의 위험스러운 상황 악화를 고려했다”며 “모든 당사국 관계자들이 최대한 자제를 발휘하고 한반도와 전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는 그 어떠한 행동도 피할 것을 요구 한다”고 돼 있다.
초안은 또 “안보리 회원국들은 북한과 한국간의 관계에 긴장 완화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 착수 필요성과 대화 재개, 그리고 그들을 분리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오로지 평화적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될 것을 강조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초안은 이어 “안보리 회원국들은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에서의 현 위기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긴급 조치들을 협의할 자신의 특사를 한국과 북한에 지체 없이 파견할 것을 요청 한다”며 “또 유엔 사무총장이 이와 관련 그 이외 당사국들과 긴밀하게 조율할 것을 요청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 그동안 북한의 대남 도발 행위는 일체 언급이 없으면서 한국이 계획한 연평도 해상사격 훈련을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이다.
안보리 긴급회의
안보리는 19일 오전 11시 회의를 시작해 오후 7시30분까지 ‘협의회’(consultations)와 ‘비공식회의‘(meeting on the margins), 그리고 한국과 북한 대표부의 입장도 청취한 ‘공식회의’(meeting in chambers) 등 8시간 30분에 걸쳐 마라톤 협의를 가졌으나 ‘언론성명’ 내용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회의가 끝난 뒤 처르킨 대사는 유엔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을 갖고 협의 과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특사를 파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회원국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었으나 ‘관련 당사국들의 자제 촉구’와 관련된 부분에서 구체적인 문구 합의 도출에 실패한 사실을 확인했다.그는 “러시아 대표는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우리가 제안한 기존 초안에 2개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영국이 제안한 (초안) 문구 일부도 인용했다”며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이 협의에 대해서는 여러 회원국들의 정치적 입장 그 자체로 서로의 이견차를 모두 좁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처르킨 대사는 또 “그러나 몇몇 국가들이 아직도 본국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어 나는 이제 이 무거운 짐을 의장에게 떠넘겼다. 라이스 대사가 추후에, 어쩌면 내일 중 ‘언론성명’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한 뒤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덧붙여 ‘언론성명’, 즉 한국의 사격훈련 자제를 계속 희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라이스 대사 역시 19일 회의가 끝난 뒤 유엔 출입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미국의 대사 자격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격침을 강력히 ‘규탄’(condemn)했다고 밝힌 뒤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의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행위를 분명하고 단합된 목소리
로 한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로 ‘규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이러한 내용의 문구가 포함되지 않는 ‘언론성명’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한국이 상당한 자제를 발휘해 왔다”며 한국이 이번 계획한 연평도 사격 훈련과 관련, "한국의 국방을 위한 법적으로 주어진 권리“라는 입장을 전개한 사실도 밝혔다.
라이스 대사는 이어 러시아가 긴급회의를 통해 제안한 ‘언론성명’에 대해 “회의에서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북한의 11월23일 연평도 포격을 확실하게 ‘규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이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며 “모두가 본국 정부로부터 확고하고 분명한 지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의견차가 좁혀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해 현 상태로서의 추가 회의는 물론, 그 어떠한 내용의 ‘언론성명’도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했다.이와 관련 중국은 긴급회의가 끝난 뒤 하루 뒤인 20일에서야 왕민 차석대사의 언론 발표문을 통해 “어제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긴급회의 소집 제안을 지지했다”며 “중국,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회원국들은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만큼 노력했다”고 밝혀 라이스 대사와 처르킨 대사가 언급한, 합의 도출에 걸림돌이 된 ‘본국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국가가 중국이었음과 중국 대표부가 베이징으로부터 러시아 까지도 내용에 양보, 대다수 국가들이 합의한 북한 ‘규탄’ 문구에 동의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 접근에 있어 러시아와 중국도 이견차가 있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일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이번 한국의 사격훈련을 막아보려고 했다면 안보리에서 사사건건 북한을 감싸온 중국이 북한의 계획을 무산시켰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 다방면 차원에서 신중한 분석이 요망된다. 한편 한국은 20일(서울시간) 연평도 해상사격 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했으며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고 협박해 왔던 북한은 즉시 대응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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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가 7월9일 천안함 격침 사태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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