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점 및 훈련기지 붕괴·지휘부 다수 궤멸 불구
FBI 국장 “치명적 공격능력 갖춰”
분파 조직 중심으로 테러 자행
예멘·소말리아 등에서 세력 확산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 지적도
9.11 테러 이후 지난 8년 동안 연방수사국(FBI) 로버트 뮬러 국장은 거의 모든 시간을 하나의 적, 즉 알-카에다에 쏟아왔다. 수천 명의 테러 조직원들이 잡히거나 사살됐다. 테러 조직원들이 훈련을 받던 아프가니스탄의 거점과 훈련시설들은 파괴됐다. 군은 이라크의 알-카에다 지도부를 괴멸시켰으며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리는 은신중이다.
뮬러 국장과 대테러 전문가들은 새로운 위협의 부상을 추적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소규모 테러조직들로 분화돼 왔다. 국가정보국 데니스 블레어 국장의 상원 증언에 따르면 예멘의 경우 정치적 불안과 가난 속에서 ‘지하드(성전)를 추구하는 자들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블레어 국장은 알-카에다가 예멘에 조직원들을 훈련하고 서방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지역 거점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한다.
알-카에다의 변신은 불안한 질문을 던져준다. 이런 분화는 미국과 서방의 안전을 돕는 것인가, 아니면 테러 대응을 더 어렵게 하는가가 그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해외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치명적”이라고 뮬러 국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취약한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9.11이전 알-카에다 지휘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작은 세포조직들은 독자적인 작전 계획을 세우는데 더 자유로우며 한층 더 예측 불가능하다. 다시 테러가 고개를 드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몇몇 분석가들은 알-카에다 분파 조직들이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증거를 인용한다. 특히 예멘의 안정은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이다. 예멘은 아라비아 해의 전략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석유수송 항로 접근성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방대한 접경 등으로 중요성이 크다.
프린스턴 대학의 예멘 전문가인 그레고리 존슨은 “알-카에다가 충성을 놓고 예멘 정부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예멘 국민들에게 각종 민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알-카에다와 분파조직들이 예멘과 다른 허약한 국가들에서 세력을 키울 경우 미국에 대한 위험은 대단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BI의 바그다드 활동을 책임졌던 톰 푸엔타스 전 부국장은 “한편으로는 9.11 이전 알-케에다의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해 졌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알-카에다의 분화로 방지가 더 힘들어졌다. 마치 휴화산 같은 형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테러 전문가들은 정부 관계자들이 알-카에다의 위협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중앙정보국(CIA) 간부이자 알-카에다 전문가인 마트 세이지맨은 “증거가 명백해지고 있다. 알-카에다는 워싱턴 관가 사람들의 마음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한다.
뮬러 국장은 위험의 대부분이 알-카에다 안전 거점 붕괴로 생겨난 혼성 테러그룹들로부터 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슬림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알-카에다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별개 조직들은 알-카에다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뮬러 국장은 이런 그룹의 하나로 166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를 일으킨 파키스탄의 호전적 조직 라시카르-에-타이바를 들었다. 또 예멘의 알-카에다 산하 조직들은 지난해 수도 사나의 미국대사관에서 일어난 2건의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FBI의 간부인 필 머드는 “이 테러리스트들은 10년 혹은 세기 단위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이들에게 얼마나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알-카에다 조직의 유연성에 대해 그는 “마치 상어의 입과 같다. 이빨을 계속해 뽑지 않으면 안 된다. 이빨이 앞쪽으로 회전해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비유한다.
21년 전 소련의 아프간 침공 후 생겨난 알-카에다는 앞으로의 생존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처럼 많은 의문에 휩싸인 적은 없다고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카에다는 훈련기지 괴멸 속에서도 명맥을 지켜왔다. 그렇지만 최근 주요 지휘관들의 사망을 비롯한 조직의 손실은 상어 입에 커다란 공백을 만들었다. 지난 2006년 대서양 횡단 여객기들을 겨냥한 테러를 꾸몄던 라시드 라우프, 알-카에다의 폭약 전문가인 아부 카밥 알-마스리 등의 사망이 그것이다.
지난 30년간 테러문제를 연구해 온 조지타운 대학 브루스 호프맨 교수는 “알-카에다는 지난 한해 동안 그 전 5년간 어느 해보다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넉아웃을 시킨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압력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알-카에다 생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로 알-카에다는 20년이 됐다. 20년을 넘어서면서 콜롬비아의 공산혁명군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같은 지속적인 브랜드가 됐다고 호프맨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알-카에다의 가장 큰 위협은 깨끗한 서방 여권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있다”며 약 150명의 서방 동조자들이 이 조직에 편입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호프맨 교수는 “이들은 테러 분석가들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비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직 CIA 간부로 지난해 뉴욕시경 고문을 맡았던 세이지맨은 알-카에다가 다시 부상하기보다는 궤멸에 다가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런던 지하철 공격 이후 이 그룹이 서방에 대한 공격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이유로 든다. 지난 2005년 이 테러로 56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이지맨은 “지난 4년간 알-카에다는 서방에서 단 한 건의 공격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훈련과 지휘부는 재난상태에 있으며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그룹들이 기껏해야 지역적인 테러를 벌이고 있는 정도”라고 말한다. 세이지맨은 이라크에서 2003년 이후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기승을 부렸지만 민간인 사망이 늘면서 2년 전 민심이 이들로부터 돌아섰다는 점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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