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캠퍼스에서 야기된 참사 소식을 접한 것이 한국시간으로 월요일 정오였다. 인터넷을 통하여 전해지는 참사는 2시간이나 계속되었고 사망자만도 33명에 이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학원가의 참사치고는 지나치다는 정도로, 그리고 미국에서 또 이러한 사건이 대낮에 야기되는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화요일 그 범행을 저지른 살인자가 한국계 학생이었다는 소식을 접하였을 때 온 몸이 떨리고 앞이 캄캄하여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한국계 1.5세가 저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에 식사도 할 수 없었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는 미국 친구들이 나에게 무어라고 위로를 할까. 다른 나라 친구들은 어떻게 나를 대할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동안 한국은 산업화를 통하여 11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외국인들이 칭찬을 하였고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선진국임을 인정받았으며 특히 월드컵에서는 온 세계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인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였다.
한편 박세리와 미셀 위를 배출한 민족, 그리고 무엇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 모든 민족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쌓아 올라가던 한국인의 명성과 위상이 버지니아텍 조군의 사건으로 마치 저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기분이다.
조군은 씻을 수 없는 한국인의 오점을 전 세계에 남기고 말았다. 한국을 잘 안다는 미국사람들도 남한과 북한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북한은 최근 정치적인 줄다리기를 통하여 백성을 굶어 죽게 하면서도 유도탄을 개발하고 원자탄을 만들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인들은 북한을 이상한 나라라 하고 간혹 교활한 나라, 잔인한 민족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악의 축’이라고까지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남한은 그래도 우방이고 점잖으며 모범적인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남한 역시 참으로 잔인한 민족임을 보여준 것처럼 되고 말았다.
한국의 전통문화에는 노인을 존경하고 스승을 어버이로 섬기는 미풍이 있다. 그런데 조군이 교수를 포함, 무차별 총격을 가해 이 말을 무색케 만들었다. 이제 외국인 학생 앞에서는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못하게 되었다.
이것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고 다시 묵묵히 선행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건 한반도에 거주하건 민족은 하나의 공동체임을 명심하고 한민족 모두가 오명을 씻는데 협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차세대 교육을 통하여 우리는 명예회복에 힘을 쓰고 민족교육을 통하여 원상회복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7~8년 사이에 미국을 위시하여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심지어 일본에서마저 한국학이 유행을 하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불기 시작한 한류는 유럽과 미국에까지 상륙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아 미주에 있는 한민족이 하나 되어 다시 공든 탑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이광규>
동암 문화연구소 소장
전 재외 동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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