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말이 필요없는 편안한 미니멀 스타일
▶ 양모 소재로 착용감 만점
실리콘 밸리에는 실리콘 밸리만의 유행이 있다. 신발을 예로 들면 바이브람(Vibram) 신발이 유행했고, 크록(Croc) 신발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올버드(Allbird)의 시대가 되었다. 가는 양모 털실로 짠 소재의 운동화이다. 별로 편안치 않은 시절에 실리콘 밸리는 편안한 신발을 선택했다. 실리콘 밸리 거리를 오가는 벤처 캐피털 기업 투자가들을 보면 필시 올버드 신발을 신고 있을 것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올버드 신발이 인기다.
올버드 신발이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올버드 신발을 신고, 전 트위터 대표였던 딕 코스톨로, 그리고 벤처 캐피털 투자가인 벤 호로위츠와 패리 미커도 올버드 신발을 신는다.
뉴질랜드의 축구 스타와 청정 테크놀로지 기업가가 손잡고 창업한 올버드사는 양모와 아주까리 열매 기름을 재료로 한 소재로 운동화 비슷한 신발을 만든다. 만지면 보풀이 좀 이는 올버드 신발은 장식이라고는 없는 미니멀 스타일(아주 작은 로고가 붙었을 뿐이다)이 특징이다. 종류는 딱 두 가지, 끈을 묶는 운동화 모양과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실내화 비슷한 모양이다. 두 가지 모두 남성용 여성용으로 나오는 데 가격은 똑같이 95달러. 오는 9월, 올버드는 맨해탄에 첫 매장을 연다.

실리콘 밸리에서 요즘 뜨고 있는 올버드 신발. 세탁기에 넣어 빨 수 있는 올버드 운동화는 양말 없이 맨발로 신는 신발이다.
올버드사는 실리콘 밸리 식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벤처 캐피털 기업들로부터 995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실리콘 밸리는 유니폼을 좋아한다. 텍 분야에서는 개인적 스타일로 튀는 것을 보통 피한다. 이는 일이 아니라 심미적 즐거움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 분야 리더들은 종종 엄격한 개인적 드레스 코드를 고수한다. 마크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 같은 것이다. 그리고 젊은 기업가들은 벤처 캐피털 투자가들이 소셜미디어로 던지는 신호를 연구한다. 이들 투자가는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부류에게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외딴 섬같이 자기들만의 세계가 분명한 실리콘 밸리가 지금 올버드 신발에 빠져있다.
북가주 멘로 팍에 있는 벤처 캐피털 기업인 어거스트 캐피털(August Capital)이 지난달 1,000명 정도의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을 초대해 여름 파티를 열었을 때였다. 콘크리트 패티오에서 마가리타 잔을 들고 섞여 있는 손님들 중에는 물론 다른 신발을 신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우스꽝스런 모양의 올버드 신발이었다.
창업 초기 지원 투자회사인 엘리펀드의 파트너인 세릭 칼다이큐로브 역시 올버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모두 다 그 신발을 신어요. 가끔은 좀 어색하지요. 특히 신발 색깔까지 같은 때는 더 그렇지요. 하지만 그래서 서먹서먹한 게 단번에 풀리기도 하지요.”
그는 색 색깔로 올버드 신발 네 켤레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앱 안에 채팅 기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업기업인 센드버드(SendBird)의 CEO 존 김은 옅은 회색 올버드 신발을 신고 있다. 그는 바비큐 파티 갈 때를 제외하고는 어디든 올버드를 신는다. 바비큐 소스가 신발에 스며들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세탁기로 세탁 가능한 올버드 신발은 양말을 안 신고 신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신발이 너무 빨리 닳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버드 측은 최근 제품들은 이전 제품들에 비해 내구력이 강하다고 말한다.
올버드 본사는 다운타운 고급 샤핑 거리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에 입주해 있다. 실리콘 밸리의 신발장사들인 조이 즈윌링거와 팀 브라운은 그곳에서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올버드 공동 창업자인 조이 즈윌링거(왼쪽)와 팀 브라운.
지난 2009년 브라운은 뉴질랜드 축구대표팀의 부 주장이었다. 당시 그는 축구선수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까 인생의 다음 장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디자인을 좋아했다. 상과대학에 가기 전 그는 친구들을 위해 단순한 모양의 구두를 만들었다. 하지만 구두는 불편했다.
뉴질랜드는 2,900만 마리의 양이 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소재는 단연 양모였다고 그는 말한다. 2014년 그는 뉴질랜드 양모업계에서 연구 기금을 받아서 양모 신발을 만들겠다며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4일 만에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에서 12만 달러 상당의 신발이 팔린 것이었다. 그는 너무 무서워서 캠페인을 중단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생물공학 엔지니어인 즈윌링거는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면서 석유 대체 에너지원으로 해조류 기름을 파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쌌던 때문이다. 이들 두 사람을 연결 시켜 준 것은 이들의 아내들이었다. 아내들은 다트머스 대학 시절 룸메이트로 가장 친한 친구사이였다.
아내의 소개로 브라운은 북가주로 갔다. 즈윌링거를 만나 공급망에 대한 조언을 들을 참이었다. 즈윌링거가 만든 양고기 스튜를 먹으면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함께 사업을 시작 하기로 했다.
“소비자 제품 관점에서 볼 때 환경에 가장 해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신발”이라고 즈윌링거는 말한다. 만드는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재료가 문제인 것이다.
올버드 신발은 아주 가는 메리노 양털로 만든다. 털실 폭이 17.5 미크론으로 사람 머리카락 폭의 20% 정도 된다. 올버드라는 이름은 탐험가들이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해 던진 말로 전해지는 “온통 새들이야(It‘s all birds)“에서 따온 것이다. 즈윌링거는 새 관찰에 열심이기도 하다.
사업 시작 후 한동안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중반, 테크놀로지 리더들이 스냅챗과 트위터에 올버드 신발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남자 사이즈 12와 13 신발들이 품절되는 겁니다.”
제품은 날개 돋치듯 팔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들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 본부에 직원 50명, 한국의 한 공장에 계약직 350명, 그리고 내슈빌의 창고에 40명 직원을 두고 있다.
올버드에 투자한 슬로우 벤처스의 투자가인 데이브 모린은 투자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는 소재가 기발하고, 둘째는 양말을 신을 필요가 없다는 것, 신발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제품이 딱 신발 하나라는 것. 전통적 애플의 단순함 전략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올버드는 현재 6가지인 색상을 늘릴 계획이고, 앞으로 어린이용 신발도 만들 계획이다.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버레인(Everlane)의 옷을 사고, 와비 파커(Warby Parker)의 안경을 사는 고객들이 올버드 신발에 끌리기를 이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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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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