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코로나19에 대해 내렸던‘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지난 2020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공식적인 종료다. 이에 앞서 4월엔 연방정부도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종료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엔데믹 시대다. 곳곳에서 일상 회복의 모습들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들을 경제에서 만나게 됐다.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의 인상책을 쓰면서 고금리에 높은 물가 인상은 미국 경제를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의 연쇄 부도 사태에 하이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감원 사태는 엔데믹 시대 갈 길 바쁜 미국 경제의 회복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엔데믹 시대에서 작동하는 미국 경제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앞날은‘불확실성’ 그 자체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의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해보는 것은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지향하려는 단초를 얻기 위함이다. 본보 창간 54주년을 맞아 경제 전문가들의 엔데믹 시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정리하는 것은 바로 그 단초를 얻으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이클 가펜 BOA 수석 이코노미스트짧고 얕은 침체 수반 물가 하락세 뚜렷
연준 실업률 4.6% 고용시장 안정화 국면
연준 금리정책 성공 시 미 경제에 활력“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기준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것이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울어질 위험은 존재한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한 답이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혀 가고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인 2%의 2배 이상이어서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기 침체는 필연적”이라며 “길지는 않겠지만 얕은 경기 침체로 올 하반기도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질문은 그렇다면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시기로 모아진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9%로 지난해 2월 7.9%에 비해 3% 포인트나 낮아졌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하향세를 지속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로 낮아지는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18개월에서 24개월, 늦으면 36개월 정도면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3년 내에 연준의 2% 물가인상률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은 언급하면서 “2%라는 수치는 미국인 가계와 업주들이 경제적 활동에 물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 수준을 의미한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 정책과 관련해 연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와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연준이 성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한다면 미국 경제는 중기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고용 시장의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고용 시장의 인력 부족 현상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심해져 350만명에서 40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조기 은퇴자들이 늘어난 데다 이민 노동자들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인력난에 일자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각 분야에서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그는 “연준 전망치를 빌리면 올해 실업률은 4.6%가 될 것”이라며 “민간 부문의 실업률은 이보다 높아 4.5%애서 5%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평균 미국 실업률인 6%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금처럼 고용 시장이 ‘핫’하지는 않겠지만 건전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 은퇴와 숙련 근로자의 퇴직을 막고 고용 인력의 재배치 문제가 대두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특히 육아 문제를 해결해 숙련 근로자들이 고용 시장으로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데는 정치적, 경제적 조치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은 거품이 빠지는 것이란 지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택 시장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한때 7%를 넘어섰던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을 딛고 반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기지 금리의 하락과 더불어 주택 시장 역시 1~2년 사이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렌스 윤 NRA 수석 이코노미스트올해 주택 시장 맑음… 오피스 시장 흐림
매물 부족 심화·신규 주택 물량 공급 관건
모기지 금리 올해 6% 유지, 내년 6% 이하로“미국 주택 시장에 앞으로 큰 폭의 가격 하락 가능성은 없다.”
로렌스 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올해 주택 부동산 시장 전망이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은 주택 시장의 회복세에 근거하고 있다. 기존 주택 판매량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규 주택의 경우 판매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만 주택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주택 부동산 시장에 변수다. 현재 전국 주택 매물은 2019년에 비해 40%까지 줄어든 상태다.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된 상태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오기 전에 시장의 출혈을 막아야 한다”며 “주택 매물을 더 늘려야 하고 장기적인 대안으로 주택 공급의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가격과 관련해선 과거와 같은 주택 가격 폭락 사태의 재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 있다. 그는 “2016년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 조정될 당시에는 고위험 모기지가 유행해 압류 주택이 속출했던 반면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상품을 대부분 이용하지 않는데다 과잉 공급도 예정돼 있지 않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상승이 주택 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주택 가치가 늘어나면서 재산 증식이라는 순기능도 있어 주택 구매에 대한 수요는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 사이에 경제적 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주택 소유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적 안정을 주택 구입에서 찾고 있는 미국인들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파트 등 렌트 시장은 공급 물량이 늘어난 탓에 렌트비 상승률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국에서 건설된 아파트 건물 수는 40~50년 이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그는 “아파트 건물 공급이 이미 상당한 물량이 시장이 공급되어 있어 렌트비 상승률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 렌트 시장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단언했다.
주택 가격의 상승과 렌트비 하락이라는 전망은 기준금리의 동결이라는 전제 조건에 근거하고 있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 시장에 불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역 은행들이 파산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과 함께 주택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주택시장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인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를 다시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 물가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하락 전망을 내놨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모기지 금리는 6%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6%대 이하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신규 및 기존 주택 판매는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에는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택 시장과는 달리 다소 암울한 전망이다. 지난해 아파트의 전국 공급 물량은 11만6,000동이고, 산업용과 소매용은 각각 3억6,100만스퀘어피트와 6,400만스퀘어피트가 늘어났다. 반면 오피스 공급 물량은 지난해 2,900만스퀘어피트가 감소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오피스 시장은 전국적으로 수요 감소에 따른 공실률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에만 상업용 부동산 전체 거래량은 2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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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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