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뮤지컬· 연극 관람객 격감, 제작사들 자구책 부심
‘시카고’등 인기작도 곳곳에 빈 좌석
대부분 작품 관객 점유율 50% 수준
1인극·단기공연 등으로 활로 모색
뮤지컬 ‘저지 보이즈’(Jersey Boys) 2막에 나오는 곡 ‘버팁시다’(Let’s Hang On)는 요즘 브로드웨이 분위기를 대변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지난 주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공연의 관객이 줄었다. 14개 프로덕션들은 10% 이상 티켓 판매 감소를 경험했다. 뮤지컬과 연극들은 즐거움을 찾아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는 할러데이 시즌까지 버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년이 지나면 이들은 다시 버티기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1월과 2월은 브로드웨이의 전통적인 비수기이다.
2006년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수상작인 ‘저지 보이즈’는 ‘위키드’ ‘마마미아’ ‘남태평양’ 등과 함께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 견뎌내고 있다. 또 브로드웨이의 터줏대감으로 장기공연 중인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라이언 킹’ 등도 객석의 4분의3 정도를 채우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할인티켓의 도움으로).
그러나 상을 받은 뮤지컬이라고 다 이렇지는 못하다. ‘헤어스프레이’와 ‘몬티 파이턴의 스패말롯’ ‘봄의 깨어남’ 같은 뮤지컬은 내년 1월 막을 내린다고 이미 발표했다. 다른 작품들도 객석을 채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주 핼로윈이 금요일과 겹치고 일요일에는 뉴욕 마라톤이 열리면서 극장 관객들이 격감했다. 청소년들의 고뇌를 다룬 로버트 브라운의 작품 ‘13’과 비평가들이 혹평한 ‘두 도시 이야기’는 객석을 반도 채우지 못했다. 결국 ‘두 도시 이야기’제작사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오는 16일 무대를 접는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39개의 계단’을 뮤지컬로 풍자한 작품과 영국의 소극 ‘보잉 보잉’, 그리고 장기공연 중인 ‘애비뉴 Q’ 등도 객선 점유율 50%를 겨우 넘어서고 있는 정도이다. 디즈니의 ‘메리 포핀스’와 ‘인어 공주’는 점유율이 60% 정도인데 이런 가족극들은 할러데이 시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디즈니가 워낙 돈이 많아 다른 작품들보다는 버티기에 좀 나은 편이다.
정통 연극들은 뮤지컬들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로열 코트 디어터의 ‘갈매기’와 케이티 홈스 등이 출연하는 ‘올 마이 선스’ 같은 작품들은 선전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거의 매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리처드 그리피스가 나오는 ‘에쿠스’는 지난주 겨우 60% 점유율을 보였을 뿐이다.
이런 부진한 수치들은 내년 봄 문 닫는 극장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전망을 던져준다. 그런 가운데서도 ‘뮤지컬 9 투 5’ ‘유쾌한 도깨비’ 같은 작품들은 공연 극장을 이미 잡았다. 또 제인 폰다가 내년 겨울 브로드웨이로 돌아온다. 폰다는 모이제스 카우프만의 ‘33개의 변주곡’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한다. 이 작품은 진부한 왈츠곡을 개작하는데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베토벤을 다루고 있다. 폰다는 말기 질환에 걸린 음악학자로 나와 베토벤의 강박의 비밀을 풀어 나간다.
그러나 정통극을 위해 지어진 다른 극장들은 작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봄에 몇몇 극장들이 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브로드웨이의 베테런 프로듀서인 이마뉴엘 에이전버그는 내다봤다.
간혹 장기공연 작품이 없을 경우 프로듀서들과 극장 소유주들은 단기공연 작품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할러데이 손님들처럼 11월과 12월에 브로드웨이와 그 인근 극장에 단기공연 작품들이 종종 올려진다. 12월 공연 예정이었던 라이자 미넬리의 솔로 쇼 ‘궁전의 라이자’가 2월로 옮겨 가 팰리스 극장에서 무대에 올려 질 예정이며 1월에는 역시 윌 퍼렐의 1인극인 ‘유 아 웰컴 아메리카: 조지 부시와의 마지막 밤’이 단기 공연을 한다.
퍼렐의 작품은 브로드웨이 비수기(1월부터 3월 중순)에 가장 적당한 작품이다. 팬들이 확실하고 제작에 돈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잘만 된다면 1인극은 제작들의 꿈이다. 이런 작품들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제작비가 높지 않으며 객석만 채우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쥬잠신 디어터 대표인 로코 랜더스맨은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단기공연이 바람직한 장기 비즈니스 모델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기공연이 아예 공연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이런 공연에 자꾸 눈을 돌리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쥬잠신 디어터는 현재 단기공연이나 1인극 계획이 없다.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는 현재 패티 루폰의 ‘집시’가 공연되고 있는데 객석 점유율 60%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단 계약기간인 내년 3월까지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최다 극장 소유주인 슈버트사의 제럴드 쇤필드 회장도 이런 단기 공연이 공연의 폐막과 개막 사이의 불확실한 메우기식 방법이라는데 동의했다. “여건만 맞으면 좋은 방법이다. 확실한 스타만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것은 매우 불확실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서도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조심스런 낙관론을 편다. 작품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관 가능한 극장수보다 작품이 더 많다. 랜더스맨은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브로드웨이
미국 공연문화의 상징어
맨해튼 남단 40여 극장 밀집
뉴욕 맨해턴 남단의 배터리공원 북동단에서 시작하여, 바둑판 모양으로 배열된 거리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북으로 통하는 대로이다. 타임스 스퀘어를 중심으로 하는 거리에는 뮤지컬을 비롯한 쇼 관련 극장이 많으며, 특히 이 부근의 극장가만을 브로드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미국 제일의 공연 시연장으로 군림해온 탓에 연극 및 뮤지컬과 실질적인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1900년 42번가에 빅토리아극장이 세워진 것이 시초이다. 뉴욕의 극장은 객석수와 어떤 종류의 작품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브로드웨이, 오프 브로드웨이 등으로 나뉜다. 브로드웨이는 보통 300석 이상의 객석을 갖추고 상업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극장으로 약 40여개가 있다. 또 예술성과 흥행성을 갖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는 100석에서 299석까지의 객석을 가진 극장은 오프 브로드웨이라고 부른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40여개 정도이며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은 브로드웨이의 10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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