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을 넘은 KHEIR는 한인뿐만이 아니라 타인종을 위한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린 박(앞줄 오른쪽 두번째) 소장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은호 기자>
사회복지부에 진열된 각종 의료 및 사회복지 지원 프로그램 안내서.
타운 건강지킴이 한인건강정보센터(KHEIR) <끝>
의료봉사 폭과 질 업그레이드 한창
한인사회의 건강 파수꾼으로 앞만 보고 달려 온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오늘에 이른 한인건강정보센터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인만을 위한 기관이 아닌, 커뮤니티 전체를 끌어안는 ‘건강 지킴이’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운영방식 비즈니스 마인드 도입
최첨단 의료시스템 올 가을 시동
서비스 대상 타 인종으로 확대
로라 전 소장과 에드워드 박 3대 소장에 이어 2004년 에린 박씨가 4대 소장으로 부임했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이민 온 박 소장은 USC에서 성인교육을 전공하며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한 때 한인청소년회관(KYCC)과 한미연합회(KAC)에서 지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또 KHEIR 소장을 맡기 전까지는 대형 통신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한 전력을 갖고 있다.
박 소장이 부임하는 데는 찰스 김 전 KAC 전국 사무국장과 의사인 박태호씨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비영리기관의 책임자로 자신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거절했지만, 결국 고심 끝에 승낙했다.
전임자들이 KHEIR의 토대를 만들고, 동력을 부여했다면, 박 소장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한 소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박 소장은 취임과 동시에 부채상환 및 운영 체계에 대한 손질에 나섰다.
우선 안정적인 재정관리를 위해 각종 지원금을 아껴, 최악의 경우 3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췄다. 궁극적으로는 6개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강조하며, 자세 변화를 요구했다. 비록 비영리기관이지만 일반 사기업 직원들과 같은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년여에 걸친 이같은 노력은 KHEIR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는 기반이 됐다.
현재 이 곳의 직원은 풀타임 50명, 파트타임 5명, 자원봉사자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15명의 컨설턴트들이 다양한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 코아빌딩 2층에 KHEIR를 움직이는 행정부를 중심으로 같은 층에 클리닉이 자리잡고 있으며, 사회복지부 역시 이 곳에 위치하면서 한인들의 소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KHEIR는 올 가을부터 암 예방사업을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열렸던 암환자 지원 세미나 모습.
주요 사업중 하나인 노인복지의 경우 한인타운 8가와 버몬트, 그리고 가디나 웨스턴과 124가 두 곳에 양로보건센터를 운영하며 노인들의 하루 일과를 책임지고 있다. 이 두 곳에서 연간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식사 건수가 9만8,000건에 이른다는 것에서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센터를 이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올해는 한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 예방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는 LA거주 한인들의 암 발병률이 타주 한인들에 비해 높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
현재 클리닉에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유방암 조기 검진을 위한 장비가 운영중이지만, 조만간 디지틀 방식의 최신형 장비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 행정부 옆 1,000스퀘어피트가 넘는 공간에 ‘이미징 센터’를 세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가을로 예정된 이 공사가 마무리 되면 유방암 검사는 하루 평균 최대 30명까지 가능해지는 것을 비롯해 폐 검사도 진행된다.
특히 이미징 센터는 세인트 빈센트 병원과의 유기적인 협력체를 통해 검사내용을 즉각 온라인으로 다른 곳에 있는 전문의에게 전달해 실시간으로 소견을 받을 수 있는 첨단 진료체제가 구축될 예정이어서 벌서부터 많은 한인들은 물론 타커뮤니티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사회의 적극적인 성원도 큰 힘이 되고 있는데, 현재 맷 버스, 마이클 장, 바트 크리스텐센, 티나 한, 저스틴 김, 장 박, 카렌 박, 마얀 리스, 허브 웨슨, 원 윤, 윌슨 박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재정확보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의 예산을 살펴보면 2005년과 2006년에 각 355만달러, 2007년 404만달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면 2007년 예산중 한인사회에서 제공된 기금은 8만9,000달러 수준으로 전체의 1.9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 곳을 이용한 전체 수혜자의 99%는 한인이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을 양로보건센터 운영을 통한 자체 수입과 주류사회에 의존하고 있음과 동시에 한인사회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상당한 경제력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가 비영리기관들에 대한 지원에는 유독 인색하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KHEIR 뿐만이 아니라 다른 1.5세 기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돈의 크고 작음을 떠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돕는 운동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재정마련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어느 덧 창립 20주년을 훌쩍 넘어 청년기를 맞이한 KHEIR도 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적응기를 맞이하고 있다.
LA의 최대 인종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라틴계를 비롯한 모든 인종을 끌어안고, 이들에게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위한 변신을 시도중이다. 이와 함께 주류사회와의 교류 증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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