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리즈 ‘하버드의 공부벌레들(The Paper Chase)’에서 엄격하고 권위 있는 킹스필드교수로 연기한 존 하우스만. 그러나 이같은 교수상은 현대의 사이버시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mtvU 시리즈 ‘교수들 반격하다’는 교수평가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악평을 받은 교수들에게 반박의 장을 제공,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버 평가사이트에서 악평 받은 교수들의 반박 광장
대학가 방영 mtvU의 새프로, 방영 6개월만에 인기1위
변분법이나, 중세문학 또는 고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강단에 선 교수의 사생활, 예를 들어 당구를 치는지, 어떤 행사에서 토끼분장을 했는지, 가수 차카 칸을 좋아하는지 등에 관해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그런데 요즘 이같은 개인정보를 블로그나 웹페이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캠퍼스 텔레비전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전 선보인 인기 웹사이트인 교수평가 사이트 ‘RateMyProfessors.com’에서 혹평을 받은 교수들에게 반박의 기회를 주기위해 마련된 TV시리즈 ‘교수들 반격하다(Professors Strike Back)’가 신설되면서다.
미대학 캠퍼스 750여만 대학생들을 상대로 24시간 방영되는 mtvU가 지난 10월부터 선보인 ‘교수들 반격하다’에선 “상상을 초월한 지루한 강의‘등의 평가를 받은 교수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하고 화를 내며 반박하기도 한다.
“방영 6개월 만에 최고 인기프로가 되었습니다. 뮤직 프레미어보다 반응도가 훨씬 높아요”라며 방송국의 제너럴 매니저 스티븐 프리드먼은 만족해한다.
미 대학의 교수들은 원래 학생들에게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인기 TV시리즈 ‘하버드의 공부벌레들’(The Paper Chase)에서 배우 존 하우스먼이 성공적으로 연기한 전설적인 킹스필드 교수님처럼 과묵한 권위가 특징이었다. 교수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교수의 옷차림이나, 친필, 혹은 개인 사무실에 놓인 물건들에서 단서를 얻어 상상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디지털시대인 요즘은 달라졌다. 박사학위 이면에 생생하게 숨 쉬는 한 개인의 모습이 폭넓게 드러나고 있다. 교수들이 자신의 웹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면모를 소개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갈 것인지, 좋아하는 옛 노래를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 등과 함께 휴가지에서 찍은 가족사진, 애완동물 개나 고양이 이야기를 올리는 교수도 많다.
물론 인터넷에 관한한 교수들도 처음부터 애용자였다. 그러나 주로 지식의 정보 교환, 토론과 출판 등 학문적인 사용에 한했다. 그런데 이제 학문과는 별 관계없는 개인정보 공개를 위한 인터넷 활용에 교수들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저서나 논문에 대한 주의를 끌려는 기대에서 시도하는 교수도 있지만 우연히 학생들과의 교류를 위해 페이스북에 가입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이나 취미 등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며 학생들과 좀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펜실베니아주 킹스 칼리지의 철학과 교수 윌리엄 어윈도 페이스북에 가입해 있다. 최근 ‘교수들 반격에 나서다’ 프로에 출연한 그는 지난여름 신설한 자신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는 1만명의 ‘친구들’을 갖고 있었다고 자랑했다.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이유로 폐쇄하긴 했지만 “그곳을 통해 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뭐랄까, 아주 흥미로운 또 하나 다른 우주 속에 들어간듯 했다”라며 어윈교수는 학생들과 가까워지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낚시가 취미이고 뜨개질 서클의 회원인 라탄어 교수, 이태리에서 와인을 마시는 사진을 올려놓은 후 “교수님, 바로 그 자리에 나도 간적 있었어요”라는 학생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수학과 교수 등은 웹페이지가 학생들과의 벽을 깨는데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만족해한다.
아직도 종래의 신비주의 권위를 선호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사이월드 네트워킹을 통한 허물없는 사교가 ‘오늘날 교수의 직분이 지식을 전하는 게 아니라 엔터테이너가 되어가는 불행한 트렌드의 징조’라고 우려한다. ‘재미있게 강의하지 않으면 무능한 교수’라고 생각하는 요즘 학생들의 요구에 영합하는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교수평가 사이트에 오르는 가장 흔한 불만 중 하나가 “그 교수의 강의엔 베개를 들고오라”등의 지루함이기 때문이다.
혹평을 받은 교수 중 하나인 메리마운트 맨하탄 칼리지의 데이빗 린튼교수는 ‘교수들 반격에 나서다’에 출연, 자신의 강의가 ‘행복한 경험이 아니었다’는 학생의 평가에 대해 호통을 쳤다. “도대체 누가 강의가 행복해야한다고 했나?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좋은 강의다!”
그의 사자같은 풍성한 잿빛머리와 직설적 반박은 단번에 린튼교수를 스타로 만들었다. 헬스센터 등에서 그를 알아본 팬들이 말을 건네올 정도다.
럿거스대학의 정치학 교수 에릭 브로너는 요즘 학생들의 경박함에 참기 힘들어 한다. 얼마전 유혈분쟁지역 다푸르에 다녀와 교수반격 TV프로에 출연했던 그는 사람들이 다푸르 사태가 아닌 교수의 외모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아연했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지나친 친근함으로 본분을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아직도 많은 교수들의 생각이다. 학생과 교수 사이의 벽은 웹페이지라는 가상세계 보다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현실세계에서의 조우가 더 효과적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교수평가 사이트
1999년 선보인 웹사이트 RateMyProssors.com은 현재 6,000개 대학에서 100만 교수들을 평가대상으로 600만개의 의견이 올라오는 인기 사이트이다.
해피 페이스부터 찡그린 얼굴, 빨간 고추 등으로 교수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교수의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학생들의 강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솔직한 토론의 장이 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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