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밑도는 투숙률… 주중에는 ‘유령의 마을’처럼 썰렁
무더운 주중의 어느 날 오후 펠리컨 힐의 새로운 리조트.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이 곳의 순환식 수영장을 불과 10여명의 휴가객들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수영장 한편에는 콜러시엄 스타일의 노천극장이, 건너편에는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다. 몇 마일 남쪽 라구나비치의 몬타지 리조트. 바다에 면해 있는 수영장의 170개 라운지 의자 대부분은 비어 있다. 칵테일 시간인 오후 5시45분 수영장 옆 모자이크 바의 테이블 가운데 단 한 군데만 손님들이 앉아 있다.
과잉개발에 경기침체 겹쳐 고전
‘AIG 스캔들’로 기업 손님들 ‘뚝’
지방정부들은 세수감소로 어려움
“2013년 돼야 완전회복 가능”
호텔업계 만큼 불황에 타격을 입은 업종은 없다. 여름 여행 성수기임에도 라구나비치와 인근 지역 고급 호텔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은 오렌지카운티가 좋은 기후와 뛰어난 전경을 바탕으로 고급 여행객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하기 위해 개발에 주력해 온 곳이다. 이런 현상은 캘리포니아 전역의 다른 해안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무려 250개 호텔이 연체되거나 은행 소유로 넘어갔다
그러나 특히 오렌지카운티 사정은 더 심각하다. 럭서리 호텔 건설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AIG 보험이 구제금융을 받고도 직원들에게 44만달러 상당의 호화 휴가를 보내 말썽이 됐던 이 지역의 세인트 리지스 모나크 비치 리조트는 7,500만달러 융자를 상환하지 못해 지난 달 은행으로 넘어갔다.
지난 11일 몬타지 리조트 개발업체는 경기침체 때문에 알리소캐년 인근 나인 홀 골프장에 있는 낡은 호텔을 재개발하려던 계획을 무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라구나비치 최고급 호텔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165개 객실의 서프 & 샌드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 J.C. 리조트 부사장 블레이즈 바텔은 “15년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리조트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리고 투숙료를 낮추면서 주중에는 무료 아침을 제공하는 등 불황타개에 부심하고 있다.
또 투숙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말에 하룻밤 예약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10%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지난해보다 5% 줄었으며 이들이 스파와 식당에서 쓰는 돈도 대폭 줄어들었다.
오렌지카운티 최고급 호텔을 상징하는 5개 호텔의 지난 6월 주중 투숙률은 46%로 지난해 6월의 71%에서 급락했다. 최근에 오픈한 펠리컨 힐에 지난 봄 투숙했던 전 금융인이자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전 학장인 브루스 윌리슨은 “너무나 훌륭하고 뛰어난 시설이다. 그런데 유령의 마을처럼 비어 있다”고 당시의 느낌을 밝혔다.
5개 호텔은 서프 & 샌드, 대너포인트의 리츠 칼튼 라구나니겔(1984년 개장), 세인트 리지스(2001), 몬타지(2003), 뉴포트비치 펠리칸 힐(지난 11월)이다. 이 호텔들의 하룻밤 평균 투숙료는 395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11% 떨어졌다.
호텔들은 고급 손님들, 그리고 특별 축하 이벤트와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과거 세인트 리지스 수입의 4분의1가량은 경기로 가장 타격을 크게 받은 금융 부문 거래에서 올린 것이다. AIG 사태와 더불어 남가주 지역 경제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심한 타격을 입은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원인이 되고 있다.
호텔 업계의 고전은 지방 정부 세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구나비치는 올 회계연도에 호텔 투숙객들에게 부과되는 세금 수입이 100만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몬타지 리조트 투숙객 감소에 따른 것이다. 대너포인트도 호텔 투숙객 세수가 30% 줄어들었다.
고급 호텔들의 고전은 오렌지카운티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호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존슨 캐피털의 도널드 와이즈는 샌타바바라의 경우 호텔 투숙률과 수입은 20% 감소했으며 2012년까지는 완전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2013년이 되어야 정점에 다시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에는 ‘AIG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호텔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이들도 이미지 손상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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