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처음 세워졌을 때 주로 사용되던 돈은 스페인 달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돈을 찍어낼 정부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 연방 정부 이전에는 각주의 연합체인 연합 정부가 독립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컨티넨털’이란 화폐를 마구 찍어냈다. 이는 금이나 은과 교환이 되지 않는 불환 지폐로 내재적 가치는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연방 달러가 유일한 합법 화폐가 된 것은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전국 은행법’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이 때 화폐 색깔이 초록색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달러는 ‘그린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달러 중에서도 제일 중요하고 널리 쓰이는 것은 1달러짜리다. 2009년 발행한 달러 화폐의 42%가 1달러짜리였다. 1달러 지폐의 앞면에는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뒷면에는 미국의 건국을 상징하는 국새가 그려져 있다.
‘독립을 주도한 ‘대륙회의’의 사무국장이었던 찰스 톰슨과 윌리엄 바튼이 만든 국새는 앞면에는 미국의 상징 독수리가 ‘여럿에서 하나로’(E PLURIBUS UNUM)라는 뜻의 라틴어가 쓰여진 리본을 물고 한 쪽 발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다른 쪽 발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화살을 움켜쥐고 있지만 독수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올리브 가지다. 미국은 평화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독수리 머리 위의 별, 올리브 잎, 화살 수가 모두 13인 것은 독립을 위해 뭉친 13개주를 상징한다.
국새 뒷면에는 장구한 세월을 상징하는 피라미드와 지혜를 상징하는 ‘신의 눈’이 그려져 있고 ‘신이 우리 일을 축복하셨다’는 뜻의 ‘ANNUIT COEPTIS’와 ‘시대의 새 질서’라는 뜻의 ‘NOVUS ORDO SECLORUM’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모두 로마의 건국을 찬양한 베르길리우스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이 새로운 로마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 국새의 양면이 모두 1달러 지폐 뒷면에 실려 있다.
미국에서 달러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쿼터 동전일 것이다. 이 쿼터도 원래 앞면은 조지 워싱턴 초상과 함께 ‘자유’ ‘우리는 신을 믿는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고 뒷면은 국새에 나온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 1999년에는 뒷면에 미국 50개 주와 자치령마다 따로 만든 ‘50개주’ 쿼터가 , 2010년에는 미국 국립 공원을 소개한 ‘아름다운 미국’ 쿼터가 나왔다.
그리고 2022년부터는 2025년까지 매년 5명의 위대한 여성을 기념하는 ‘미국 여성’쿼터가 제작됐다. 22년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앤젤루, 여성이자 동성애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 최초의 여성 인디언 추장이자 민권 운동가였던 윌마 맨킬러, 최초의 뉴멕시코 여성 공무원의 하나이자 라티나 민권 운동가였던 아델리나 오테로-워런, 첫번째 중국계 할리웃 필름 스타였던 애나 메이 웡 등이 뽑혔다.
23년에는 첫번째 흑인자 인디언 비행기 조종사였던 엘리자벳 코울먼, 멕시코 이민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 언론인이자 민권 운동가인 조비타 아이다 비베로, 하와이 훌라 댄서이자 문화 언어 교사였던 에딧 카나카올레,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인이자 여성 민권운동가였던 엘리노어 루즈벨트, 최초의 인디언 출신 주요 발레리나였던 마리아 톨치프 등이 선발됐다.
24년에는 흑인 민권 운동가이자 저자며 목사였던 폴리 머리, 하와이 일본계 여성으로 첫 유색 인종 여성 연방 하원의원이 된 패치 밍크, 노예 폐지론자이자 금주운동가이자 외과 의사였던 메리 워커, 쿠바계 가수이자 ‘살사의 여왕’이란 칭호를 갖고 있는 셀리아 크루즈, 다코타 인디언 출신으로 인디언 문화를 백인 주류 사회에 알리는 기여한 짓칼라-사 등이 선택됐다.
그리고 25년에는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언론이었던 아이다 웰스, 미국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로우, 은하계 회전 속도를 연구한 천문학자 베라 루빈, 흑인으로 처음 골프와 테니스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앨시아 깁슨, 그리고 한국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이 뽑혔다.
밀번은 1987년 서울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노스 캐롤라이나 포트 브랙에서 자랐으며 근육 퇴행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16살 때부터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20살에는 10월을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로 지정하게 하고 모든 노스 캐롤라이나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를 가르치도록 한 주법 제정에 기여했다.
2011년 가주로 이주한 밀번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이민자, 유색 인종의 권익을 위해 힘썼으며 2014년에는 오바마 행정부 내 지적 장애인 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2020년 5월 19일 33번째 생일날 신장암으로 사망했다.
지난 주부터 그녀의 초상이 새겨진 쿼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요즘 세상에 대다수 한인들도 모르는 그녀를 미국 정부가 기념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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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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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인도 트럼프가 금지 시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