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왕이 “서로 적수 아닌 동반자”…印 자이샨카르 “생산적 논의”
▶ ‘앙숙’ 관계 딛고 화해 모색… “中, 희토류 자석 등 수출 제한 해제”
앙숙 관계이면서 동시에 미국발 '관세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외교 수장이 만나 '세계 다극화 추진'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담에서 "현재 세계에는 일방적 괴롭힘이 성행하고 있으며 자유무역과 국제질서가 엄중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국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의 패권주의를 겨냥한 말로 여겨진다.
왕 주임은 이어 "양국은 총인구 28억명을 넘는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마땅히 대국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대방을 적수나 위협이 아니라 동반자이자 기회로 봐야 한다"면서 "양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간섭을 배제하며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국이 아시아와 세계에 확실성·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양국이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모두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공평하고 균형 잡힌 세계 다극화 추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바닥을 벗어나 계속 발전·개선되고 있다. 각 영역의 교류 협력이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전략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밝히는 한편 "브릭스 등 다자 메커니즘에서 중국과 협조·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회담 후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경제와 무역 문제를 비롯해 순례, 민간 교류, 강 수치 공유, 국경 무역, 양국 교류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생산적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의가 양국이 안정적으로 협력하면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년 전 히말라야 분쟁지역에서 무력 충돌한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국경 안정과 무역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도 논의하는 등 화해 분위기도 모색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회담 전 국경 일대의 평화 유지를 강조하면서 히말라야 분쟁지역에서 양국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왕 주임은 '중국-인도 국경 문제 회의' 특별대표로 전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19일에는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제24차 양국 국경문제 특별대표 회의를 했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면담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왕 주임과 도발 대표는 양국 국경지역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등 상황이 개선됐다는 데에 동의했으며, 이를 이어가기 위해 국경 정상화 관리를 강화하고 상호존중·상호이해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상호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양측은 또한 내년에 중국에서 25차 국경문제 특별대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2020년에는 국경 분쟁지역인 인도 북부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양국 군대가 유혈 충돌해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졌다.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지만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 국경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모디 총리는 이달 31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7년 만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지난 4월 이후 시행된 희토류 자석을 비롯한 비료와 터널 굴착기 수출 제한을 해제했다고 인도 매체 이코노믹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앞서 자이샨카르 장관은 지난달 왕이 주임과 회담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고, 이미 수출은 재개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주요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이 격화하자 지난 4월 첨단 기술에 필요한 희토류 7종에 대해 외국 반출 시 특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영향으로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는 희토류 공급난 탓에 전기차 e-비타라 생산을 기존 계획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이기도 했다.
중국은 전 세계 중(重)희토류 공급량의 99%를 생산하며 희토류 자석도 90%를 만든다.
인도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약 690만t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추출 기술과 가공 시설 등이 부족해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양국은 현재 미국발 고율 관세와도 씨름하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관세 카드와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의 조처를 하며 맞대응하고 있고, 인도는 이달 초 미국으로부터 25%의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데 이어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대한 제재로 오는 27일부터는 25%의 추가 관세에 직면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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