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타운서 가정폭력 다툼
▶ 거리서 “도와달라”외치자 총격 후 자신도 극단 선택
▶ 말리던 남성도 피격 부상

한인 여성이 동거남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다 총격 살해당한 LA 한인타운 피코와 세인트 앤드류스 인근 현장에서 18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인근에서 한인 남성이 함께 거주하던 한인 여성을 폭행 끝에 총격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에게 총격을 가하기 전 용의자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도움을 주려던 ‘선한 사마리아인’ 남성에게도 총을 발사했으나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졌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난 용의자는 사건 현장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18일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6일 밤 10시35분께 LA 한인타운 지역 피코 블러버드와 세인트 앤드류스 애비뉴에 위치한 아파트 앞에서 발생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한인 여성 양모씨와 한 남성을 발견하고 즉시 응급 구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양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뒤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함께 부상을 입은 남성은 최소 한 발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LAPD에 따르면 범행 직후 현장에서 도주한 용의자는 약 9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7시께 사건 현장 인근에서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LAPD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세인트 앤드류스 거리 선상에서 한인 용의자가 동거녀인 양씨를 폭행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양씨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자 마침 아내, 자녀와 함께 흰색 SUV를 타고 지나가던 한 남성 운전자가 이를 보고 차량에서 내려 그녀를 도우려 했다.
그러나 용의자는 이 ‘선한 사마리아인’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탑승하고 있는 차량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데 이어, 곧바로 동거녀 양씨에게도 총격을 가한 뒤 현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LAPD와 LA 카운티 검시국은 사망자와 용의자의 신원을 각각 6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라고만 밝혔으나,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한인으로, 용의자는 80대, 피해자는 74세로 전해졌다.
이들이 거주했던 아파트는 총격 현장에서 두 블럭 정도 떨어진 세인트 앤드류스에 위치해 있는데,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숨진 한인 여성 양씨는 이 아파트에 약 10년간 거주했으며, 용의자는 1년 전부터 들어와 함께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현장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 마이클 존슨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여성의 비명과 이어진 4~5발의 총성을 듣고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며 “길에는 이미 두 사람이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고, 용의자는 현장을 벗어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존슨은 이어 “오랜 세월 이 지역에 살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경찰이 출동하자 인근 주민들이 모두 몰려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주변에 따르면 용의 남성은 베이커스필드 출신으로 간간히 컨트랙터 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평소 함께 마켓에 다니며 다정한 호칭으로 서로를 불렀지만, 다툼이 잦아 소란스러운 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이들의 다툼은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집 앞에서도 빈번히 목격됐으며, 이번에도 집에서 2~3블럭 떨어진 곳에서 사건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양씨가 싸움을 피하려 도망가는 과정에서 비극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양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는 한인 거주민 비율이 약 50% 정도로, 해당 사건 소식에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APD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전후의 구체적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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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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