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정상회담 취소’ 에 여당 곤혹·야당 반색… 회담 재추진에 여야 표정 바뀌어
▶ 지방선거 개표 때 누가 웃을까?…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합의 내용이 변수

한국시간 지난 2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개최 합의-북한 측의 ‘회담 재고려’ 검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북한의 정상회담 개최 희망-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재추진 표명 등으로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13 지방선거를 치르는 여야 정치권의 희비는 오락가락하는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따라 극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 차이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회담 결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여야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이하 한국시간) 공개 서한을 통해 “북한이 드러낸 분노와 적대감으로 지금은 회담이 부적절하다”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을 내세워 격한 표현으로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매파’를 집중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담 재고려’ 카드를 꺼내 벼랑끝 전술을 펴왔던 북한은 의외로 김계관 제1부상을 내세워 “미국과 북한의 수뇌 상봉이 절실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계속 추진을 희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입장을 바꿔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서 회담 재추진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격적으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비공개로 갖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이 커지자 여야의 표정은 다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시험대에 오르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했다. 반면 정부의 ‘중재 외교’를 실패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의지와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추미애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환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6월12일 북미 간에 정상회담이 없다’고 말하니까 웃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분들은 애국자가 아니다”며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세력을 겨냥했다. 군소 야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각각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했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신용현 수석대변인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언제든지 격식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회담 합의문에서 북핵 폐기와 관련한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논의 진전도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구해주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이 같은 반응은 당초 24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혔을 때 보였던 표정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악재’로 생각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상황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당은 회담 취소에 대해 공식 논평을 유보했으나 “완전한 핵 폐기 의지가 없는 북한의 속내가 드러났다”면서 은근히 미소짓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공개 접촉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하겠다는 김정은정권의 의지가 확인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시한이 확정되는 한편 김정은정권의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 경제 지원 등의 보상 방안이 마련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 전날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피니시 블로’(finish blow·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느냐 여부와 회담이 열릴 경우 합의문 내용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핵 폐기 이행 로드맵이 분명히 나올 경우에는 여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지만 정상회담이 불발되거나 북한의 핵 폐기 의지가 분명치 않은 합의문이 나올 경우에는 야당도 선거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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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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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얼굴에 뽀뽀 하겠다.... 아버지 처음 만난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