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력 불문에도 구인난 평균 웃도는 임금인상률 고액 연봉자 크게 늘어
▶ 아웃소싱 어려운 직종 사회적 편견과 오명 탓 지원 꺼리는 게 원인
노엘 모리나는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에서 돈 냄새를 맡는다.
모리나와 그의 짝패 토니 산카르는 뉴욕시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보낸 지난 10년간 썩은 생선, 고양이만한 쥐, 죽은 돼지와 소에 이르기까지 온갖 지저분한 것을 보았고, 그들이 풍기는 지독한 냄새를 맡았다.
식당 뒷문 밖 쓰레기더미에 토사물을 쏟아내는 취객들과 심심치 않게 실랑이를 벌였으며 쓰레기 더미에서 잘려진 사람의 다리를 보고 기겁을 한 적도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이들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한다. 거의 모든 근로자들이 꺼려하는 철야근무다.
힘들고 고달프긴 해도 모리나와 산카르는 그들의 직업에 만족한다. 다른 이유보다 ‘페이’(pay)가 좋기 때문이다. 동안의 모리나(32)는 대형 쓰레기 수거용기를 “저금통”이라 부른다.
쓰레기 트럭 운전사인 모리나는 지난해 11만2,000달러를 벌었다. 트럭 뒷꽁무니에 매달려 다니는 ‘조수’ 산카르의 작년 연봉은 10만달러였다.
이들의 고용주인 데이비드와 제리 아토나치 형제는 지난 9년간 이들의 임금을 여덟 차례나 인상했다. 아토나치 형제는 폐기물관리업체인 ‘크라운 컨테이너’의 공동소유주다.
모리나는 10학년을 마지막으로 학업을 중단한 후 크라운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고교중퇴의 학력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봉은 연 8만달러였다.
그의 조수인 산카르도 20년 전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고교 중퇴자였다.
모리나와 산카르는 6자리 숫자의 연봉을 받지만 모든 환경미화원의 급여수준이 그 정도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쓰레기 청소부들이 고교중퇴자나 졸업자들에 비해 벌이가 좋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연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쓰레기차 운전사의 평균 연봉은 4만달러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중퇴자들의 평균 연봉인 2만4,000달러와 고교졸업자들의 평균 급여인 3만달러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모리나와 산카르는 그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대졸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의 급여는 빵빵할 뿐 아니라 인상속도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돈다.
경기침체가 끝난 2009년 6월 이래 모든 직종의 근로자 임금이 평균 14% 인상된데 비해 환경미화원 급여는 18%가 증가했다.
이처럼 급여조건이 좋은 이유로는 이 분야의 만성적인 일손부족 현상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폐기물관리업체 고용주들은 자격을 갖춘 트럭 드라이버와 쓰레기매립장관리원, 기계 정비공을 찾지 못해 늘 애를 태운다.
데이비드 아토나치는 “쓰레기차 운전기사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내자 총 50통의 지원서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이들 가운데 상업용 차량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고작 4명뿐이었고 그나마 이들 모두가 페널티 기록을 갖고 있었기에 단 한 명도 채용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아도나치를 비롯한 폐기물관리업체 업주들은 기존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국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종업원들의 임금을 올려준다.
쓰레기 수거업체들의 인력사정은 전국 어디서건 비슷하다.
아이오와주 덴버포트에서 폐기물매립시설을 운영하는 케이시 모리스는 종업원들을 붙잡아두려면 임금을 자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환경미화원은 결코 쉬운 일자리가 아니다. 고약스런 악취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밤 무거운 쓰레기백을 수십 개나 들어 올려야 한다. 교통체증을 뚫고 다녀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을 위해 쓰레기차 기사와 조수는 쉬지 않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근무시간도 주당 55~60시간이나 된다.
그러나 환경미화원 구인난은 단지 일이 힘들고 고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설업체의 경우에는 고교졸업장조차 요구하지 않지만 환경미화원에 따라다니는 사회적 편견과 오명이 젊은이들의 지원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북미지역 고체폐기물협회 전무인 데이비드 비더맨은 환경미화직은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데다 직업안정성이 뛰어나다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학력이 짧아도 신체만 튼튼하면 도전해볼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베니핏도 괜찮다. 모리나와 산카르는 직장의료보험과 401(k) 은퇴계좌를 갖고 있다. 회사를 떠날 경우 퇴직금까지 제공된다.
비더맨은 “환경미화원은 중국에 아웃소싱을 할 수 없는 블루칼라 일자리”라고 말했다.
근래 들어 새로운 타입의 쓰레기 재활용 방법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폐기물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아이오와에 위치한 모리스의 사업장은 목재, 지붕널, 주방용품과 전자제품 등 재활용품을 가려내는 전담 종업원을 한 명 두고 있다.
모리스가 거느린 전체 직원은 45명으로 2009년의 35명에서 10명이 늘어났다. 그녀는 올해 새로운 재활용 시스템을 담당할 6명의 일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의 환경미화원 수는 2010년에 비해 5만명이 증가했다.
전망도 밝다. 폐기물관리업계의 고질적 인력부족사태로 인해 모리나와 산카르처럼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청소부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모리나는 뉴욕의 프리포트에 4-베드룸을 갖춘 하우스를 갖게 된다. 생애 첫 ‘내집’이다. 이혼남인 그는 아직 어린 네 자녀를 교외에서 키우고 싶어 한다.
산카르(48)는 9명의 자녀 가운데 미성년자인 8명을 홀로 부양하고 있다.
수은주가 뚝 떨어졌던 지난 2월 어느 날, 산카르는 한 젊은이로부터 크라운에 일자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산카르는 그에게 회사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준 후 자신이 받는 연봉 액수를 공개했다. 물론 젊은이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이 6자리수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일반상식’에 어긋나는 모양이다.
마지막 쓰레기백을 트럭에 옮겨 실은 산카르는 차 뒤에 올라타면서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이거 썩 괜찮은 일자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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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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