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자녀 정책’으로 출생신고 못한 아이들 1,300만명
▶ 구제조치 알고보니 벌금징수·숫자 파악 위한 ‘꼼수’
베이징의 공원이 춘절을 맞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중국시민 모두를 호적부에 등록시키려는 국무원의 결정은 한 자녀 정책을 어긴 가정에 벌금을 물리려는 술책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처음엔 그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인줄로만 알았다.
다른 수백만 명의 중국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신디 장은 그들의 고민거리가 한 순간에 깨끗이 해결됐다고 믿었다.
지난 3년간 그녀와 남편은 어린 아들 투투의 신분문제로 심한 속앓이를 해왔다.
투투는 ‘번외자식’이다. 한 커플당 단 한명의 자식만을 허용하는 중국의 엄격한 산하제한 정책으로 인해 투투는 그 존재 자체가 위법인 ‘잉여 인간’이다.
투투는 호구, 즉 후코우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중국인들은 학교에 입학하거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는 물론 결혼을 하거나 은행계좌를 열 때에도 후코우 증명을 필요로 한다. 후코우가 없으면 기차표조차 살 수가 없다.
베이징 관리4들은 장씨 부부가 가족계획법을 어겼기 때문에 벌금으로 30만 위안(미화 만5,000달러)를 지불해야만 투투의 후코우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장씨 부부로선 구경조차 하기 힘든 거액이다.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지난 1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중국최고행정기관인 국무원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들이 후코우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침을 지방정부에 하달한 것.
2016년 1월 14일자 지침에서 국무원은 “후코우는 시민의 기본권리”라고 못 박고 “지방정부는 후코우 등록을 막는 그 어떤 조건도 달아선 안된다”고 명시했다.
커플당 두 자녀를 허용하는 중국의 새로운 가족계획 법령에 이어 나온 국무원 후코우 지침에 장씨 부부를 비롯, 그동안 둘째, 혹은 그 아래 자식의 존재를 숨겨야 했던 부모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의 무호적자 1,300만명 가운데 60%는 ‘한 자녀 정책’이 폐기되기 이전에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엄격한 산아제한정책을 어긴 채 둘째 아이 투투를 낳은 장씨 부인은 “국무원 지침을 보면서 정말 흥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국무원 지침은 후코우 등록을 못한 중국인 1,300만 명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혼란과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무적자녀의 부모들은 중앙정부의 지침이 그대로 실행될 믿었으나 지방정부의 담당 관리들은 “벌금을 물어야 무적자녀의 후코우 등록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지방 관리들의 무적자 부모들 사이에 국무원의 지침을 둘러싼 ‘음모론’이 퍼져나가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모론의 핵심은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그림자 자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중앙정부가 술수를 썼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들이 국가최고행정기관의 결정사항을 멋대로 무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주장이다.
2자녀 정책으로 산아제한의 틀을 넓힌 정부가 무적자녀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벌금을 거둬들이려는 속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자신의 실명 풀네임을 공개하기 꺼리는 장씨(38) 부인은 “아이를 입적시키러 관청에 갔다가 꼼짝없이 벌금 고지서를 받아드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지닌 장씨 부인은 “벌금 30만 위안은 우리에겐 엄청난 거액”이라며 “벌금을 물면 살림살이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지방정부들은 “벌금납부가 후코우를 얻는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가족계획법 시행 당시 이 법을 위반한 가정은 벌금을 내야한다”고 공식선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귀가 맞지 않는 억지 논리다.
‘서던 메트로폴리스 데일리’는 중국 남부 광동성의 공안국과 가족계획 관리들의 말을 인용, “중앙정부의 한 자녀 정책을 거슬러 태어난 아이들을 후코우에 올리는데 벌금이 더 이상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벌금을 물지 않는 부모들은 법정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장시성 정부도 벌금납부를 후코우를 얻는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무적자를 신고한 부모들은 후코우 등록신청 후 모두 벌금을 물어야 했다.
베이징과 일부 지방의 관리들은 국무원의 후코우 지침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벌금을 소급해 적용할 것인지 등에 관한 공식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쳉이라고만 밝힌 베이징의 43세 남성은 “지방정부가 국무원의 지침을 두 번째 자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벌금을 물리려는 트랩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낳은 둘째 아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쳉의 아내는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후 다니던 국영기업에서 해고됐다.
베이징 차오양구 가족계획위원회의 관리들은 장씨부부에게 투투를 후코우에 올리려면 30만 위안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또 장씨 부부에게 국무원의 지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관한 베이징시 가족계회위원회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오양구 가족계획위원회의 한 여성 직원은 “우리는 베이징 시정부의 명령을 따른다”며 “두 자녀 정책이 효력을 발생한 올해 1월 1일 이전에 태어난 두 번째, 혹은 그 아래 아이를 가진 가정은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해석”이라고 밝혔다.
국무원의 인구문제 전문위원인 마 리는 베이징 청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 모두가 후코우를 가져야 하지만 가족계획정책을 위반한 가정은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자녀 정책을 어긴 부모들을 상대로 후코우 등록을 전제로 사회지원 수수료를 받는 길이 봉쇄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법원에 징수권을 부여하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지원 수수료는 각 지방정부산하 가족계획원회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관영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도 벌금액은 최소한 30억 달러에 달했다.
장씨 부부는 둘째아들 투투가 취학연령에 도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 부인은 얼마 전 남편 여동생의 집을 방분할 때 투투를 뒤에 남겨두어야 했다. 후코우가 없어 투투의 기차표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투투에게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에 말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고 푸념했다.
<뉴욕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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