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변요한(29)에게 대뜸 드라마 ‘미생’(연출 김원석·극본 정윤정) 전후 언제가 더 행복했냐고 물었다.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고민하다가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뿐”이라고 답했다.
웹툰 ‘미생’(글·그림 윤태호) 16국(局)에서 오상식 차장은 장그래를 이렇게 평가한다.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어요. 어린 친구가 취해있지 않더라고요.”
이 대사는 마치 현재의 변요한을 가리키는 말 같다. 드라마 ‘미생’에는 눈에 띄지 않는 배우가 없었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다른 누군가는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그 가운데서도 변요한의 등장은 가장 ‘센세이셔널’했다.
변요한을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고 평하는 건 웹툰의 한석률과 유사한 그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웹툰 ‘미생’을 본 시청자가 상상했던 한석률이라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변요한의 한석률은 말투와 행동 하나 하나 진짜 한석률 같았다. 새로운 얼굴의 탄생을 반기는 시청자의 상찬이 방송 내내 쏟아진 건 당연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어요. 한석률을 다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 있거든요.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해요. ‘나 자신을 위해 연기하면 안 된다’라고요. 작품을 위해 연기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게 잘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미생’이 종영한 지(12월20일)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시점이지만, 변요한은 즐기기보다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기쁨은 변요한 자신의 성과가 아닌 타인의 즐거움을 향해 있다. "가족이 좋아하고, 친구들이 좋아한다는것,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시청자가 재밌게 봤다고 말해주는 것, 그게 좋은 거죠. 제가 잘났다고 으스대고 이러는 거는요, 재미없어요.”
변요한은 독립영화계의 스타다. 지난해에는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나름대로 그 바닥에서 유명한 배우였지만, 대중에겐 낯선 존재였다. 왠지 그에게도 한석률과 같은 상처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힘들었던 게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전 사람들이 절 알아보지 못하는 데 대해 조급함 같은 건 없었어요. 언젠가 알아볼 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 같은 게 있었나 봐요. 제가 늦게 떴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전 너무 일찍 뜬 것 같아요.”
한석률은 서른다섯을 기점으로 삼았다. 목표는 스타가 되는 게 아니었다. 비슷한 나잇대의 배우 중에서 연기를 제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 만으로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 꽤 단단한 내면이다. 하지만 그는 “난 너무나 약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 정말 잘 흔들려요. 불안해해요. 그래서 매 순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해요. 약한 사람이니까 매 순간 깨어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좋은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한데,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먼저니까요.”
우리 나이로 서른, 이제 변요한에게 새로운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또 지금보다 더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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