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뮤지컬 연출가 장유정(38)의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강서경’은 학예사다. 보험회사 산하 자동차 기술연구소 소장 ‘김찬일’의 아내인 그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자기 통제가 철저하다. 인생의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세워져 있다. 배우 홍은희는 9일 오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멜로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서경은 굉장히 이지적이고 차갑고 도도하지만 누구보다 여리다"면서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수 있죠. 여린 부분을 감추고 사는 여자라는 점에서 저랑 똑같다"며 웃었다. "다른 점을 찾기보다는 어떤 공통 분모를 찾느냐에 신경을 썼어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겉으로 완벽을 찾은 여인의 모습은 본의 아니게 이런 일(배우)을 하고 있고, 배우자(유준상) 역시 연기자라서 신경을 더 쓸 수 있었죠. 맞닿는 부분이 있어 수월했습니다."
연극은 2008년 ‘클로저’에 이어 2번째.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랐다"고 웃었다. “그래서 좀 더 두려움, 시간이 주는 압박이 있어요. 이걸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올해 상반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최근 뮤지컬 ‘그날들’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남편 유준상(45)에게 그래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쉬지 않고 무대에 서는 환경에 있다 보니 용기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배우에게 무대란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했죠. 연기 선배이다 보니 긍정적이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tvN ‘현장토크쇼 택시’ MC를 맡기도 했던 홍은희는 “드라마와 영화가 아니고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었죠. 그 중에서 연극을 택한 이유는 무대 위에 다시 서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관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연습이 하고 싶었다"고 웃었다. “연극을 왜 하고 싶었냐는 물음에 맞는 답이지는 모르겠어요. 연극 연습할 때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연기 스터디가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많지 않죠. 6년 만에 느끼는 떨림과 두려움은 짐작보다 큰데 최선을 다해서 해야죠."2007년 배우 장영남이 강서경(당시 강유경)를 연기한 초연을 봤다. “그 때 장유정 연출을 알게 됐고, 그 때 처음 봤는데 인연이 될 줄 몰랐죠.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다가 정말 인연이 돼서 이렇게 하게 됐죠."
현재 대학로뮤지컬센터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날들’은 장유정 연출작이기도 하다. 홍은희는 그녀에 대해 “패밀리"라고 지칭하며 웃었다. 장유정은 유준상에게 먼저 홍은희가 ‘멜로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지 의사를 묻기도 했다. 홍은희, 유준상 부부는 2007년 이 연극을 같이 봤다. 장유정은 “유준상 씨가 홍은희가 당시 이 연극을 더 재미있게 봤다고 이야기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홍은희와 배우 배해선이 강서경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두 세 명의 배우가 같은 역을 연기하면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 며칠 연습 경험을 보면, 제가 연기하는 인물에 빠져나와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을 보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죠."
남들 보기에 부족함 없는 결혼 10년 차 부부 김찬일과 강서경이 있다. 한쪽에는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오누이 ‘박미현’과 ‘박재현’, 어린 시절 이들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자신의 오빠 심장을 이식받은 재현과 약혼한 ‘안소이’가 있다. 연극은 이들 다섯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륜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간다.
20대 때 이 연극을 보고 30대 때 출연하게 된 홍은희는 “‘사랑이 어떻게 의무가 될 수 있겠어’라는 대사가 깊이 와 닿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제게 무슨 일(유준상과 관계)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제 이야기는 아니에요"라고 웃었다.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무를 접합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지만 결혼이라는 굴레 안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겠다고 했다. “이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게 관객의 자리 같아요.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거든요.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배우를 통해서 감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멜로드라마’가 줬으면 해요."
‘멜로드라마’는 이다엔터테인먼트(대표 손상원)가 2007년 ‘이다의 무대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첫 선을 보였다. 장유정 연출의 프로 연극 데뷔작이다. 그녀가 대본도 썼다.
세번 째인 이번 무대는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과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기획한다. 31일부터 2015년 2월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자유소극장. 찬일 역에 박원상 최대훈, 재현 역에 박성훈 조강현, 소이 역에 김나미 박민정이 더블캐스팅됐다. 미현 역은 전경수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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