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 코미디와 단순히 웃기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2001)에서 거대한 ‘로즈 마리’가 완벽한 그녀로 보이는 ‘할 라슨’,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2008)의 말썽꾸러기 팬더 ‘포’(목소리 연기), ‘비카인드 리와인드’(2008)에서 친구가 일하는 비디오 가게의 테이프 기록을 몽땅 지우게 되는 ‘인간 자석’인 ‘제리’, 영화 ‘걸리버’(2010)에서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하게 된 ‘걸리버’….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45)을 떠올리면 어느새 빙그레 웃음짓게 된다. 1990년대부터 코미디 영화에서 맹활약한 벤 스틸러, 루크 윌슨, 스티브 카렐, 윌 페렐 등과 함께 ‘프랫 팩(frat pack)’ 군단으로 묶인다.
블랙이 그렇다고 ‘마냥’ 코미디 배우만은 아니다. 그가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를 눈여겨 본 관객들은 안다. 어쭙잖은 음반을 찾는 손님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배리’에게서 그의 또 다른 면모가 확인된다. 음악, 특히 ‘록’이라는 코드다.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의 열정적이지만 엉성한 로커 ‘듀이 핀’, 영화 ‘테네이셔스 디 인 더 피크 오브 데스티니(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2006)의 ‘테네이셔스 디’ 멤버, 액션게임 ‘브루털 레전드’(2009)에서 악마들을 쓸어버리는 헤비메탈 뮤지션은 숙명이다.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는 실제 그가 활약하는 2인 록밴드다. 또 다른 멤버는 기타리스트인 카일 개스(44)다. 두 사람은 1997년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 TV 쇼에서 코미디와 라이브쇼가 결합된 ‘테네이셔스 디’에 출연하면서 공식적인 밴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첫 내한을 앞두고 있다.
앞서 뉴시스와 이메일 인터뷰한 블랙은 “드디어 한국에 오게 돼 기쁩니다"라면서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희를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드디어 진짜 한국 바비큐를 먹을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한국에 진짜 바비큐 있는 거 맞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001년 데뷔 앨범 ‘트리뷰트(Tribute)’로 미국에서 플래티넘(100만 장 판매)을 넘겼다. 이후 ‘펄 잼’과 ‘푸 파이터스’ 등 유명 밴드의 오프닝 무대에 서며 입지를 다졌다. “(‘너바나’ 출신으로 ‘푸 파이터스’를 이끄는) 데이브 그롤은 우리가 아는 최고의 드러머이죠. 그리고 그는 우리의 친한 친구입니다"라고 알렸다.
‘테네이셔스 디 인 더 피크 오브 데스티니’는 본인들이 직접 대본을 썼다. 컬트 팬들을 위한 로큰롤 영화인데 그다지 큰 흥행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한 OST 만큼은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200’ 8위, 영국 차트 10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1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은 최고의 영화"라고 농을 던졌다.
2012년 3번째 앨범 ‘라이즈 오브 더 페닉스(Rize of the Fenix)’를 발표했다. 민망한 가사와 앨범 커버 등 다소 코믹한 콘셉트가 더해졌어도 이들이 엄연히 레드제플린과 메탈리카 등에 영향을 받은 록밴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국 앨범 차트 2위, ‘빌보드 200’에 4위로 데뷔하는 등 호평 받았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코미디 앨범’ 후보로 오른 바 있다.
‘최우수 코미디 앨범’ 후보에 오른 것을 가리키며 “‘코미디 록’을 하는 밴드인 것은 맞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코미디와 단순히 웃기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 영역에서 남들과 다르게 어느 정도 위치를 구축해 오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비슷한 밴드로 (뉴질랜드 출신의) ‘플라이트 오브 더 콘코즈(Flight of the Conchords)가 있던가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그들보다 훨씬 더 록(rock)스럽다는 것이지요."
최고의 콘트라 베이시스트로 손꼽혔던 찰리 헤이든(1937~2014)이 그의 장인이다. 찰리 헤이든의 딸인 타냐 헤이든(43)이 그의 아내다.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아내를 추켜세웠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조차도 외로움을 느꼈었는데요, 타냐를 만나고 나서 바뀌었습니다. 내 곁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큰 위안이 됩니다."
‘스쿨 오브 록2’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영화와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영화와 음악 둘 다 내게 소중한 부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대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면 리액션과 에너지를 바로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죠. 영화는 대중이 좋아하는지 확인하는데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며 차이를 뒀다.
한국에도 블랙을 따르는 뮤지션이 많다. “아마도 내가 분명히 한국 사람이 있는 식당이나 영화에서 한국 음악을 들었을 거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고요. 오직 유일하게 아는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고 알렸다.
테네이셔스 디는 자신들을 보면 29번의 오르가슴(흥분상태)를 느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왜 29번이냐고 묻자 “그건 전문의에게 물어보시라! 사실 그 숫자는 랜덤입니다. 하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 가서 그냥 즐기면 된다. 39번, 49번, 59번 오르가슴을 느낄 지 누가 알겠는가.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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