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정산이 가장 큰 이유
▶ 시들해진 한류 악영향 우려
김태우·메건리
그룹 BAP 파이팅!
그룹 ‘비에이피(B.A.P)’ 여섯 멤버가 26일 서울서부지법에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MBC TV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메건리(19)는 이달 중순께 그룹 ‘god’ 보컬 김태우(33)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수,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벌이는 전속계약무효확인 또는 전속계약효력정지 소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동방신기’ 출신 ‘JYJ’ ‘수퍼주니어’ 중국인 멤버 한경, ‘카라’ ‘유키스’ 멤버 케빈, ‘블락비’가 관련 소송을 벌였다. 올해 들어서도 ‘엑소’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 등이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전속계약 분쟁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계약을 두고 공개적으로 소속사를 비판하는 아이돌 멤버도 있었다. ‘제국의아이들’ 리더 문준영은 지난 9월 트위터에 “9명의 아들 코 묻혀가며, 피 묻혀가며 일해온 수익들, 자금들, 피 같은 돈들.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라" 며 소속사 스타제국 대표를 겨냥하는 글을 남겨 파장을 일으켰다.
■ 분쟁의 가장 큰 이유는 수익 정산
문준영의 발언에서 보듯 아이돌 멤버들과 소속사가 분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정산이다.
기획사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발굴하고 데뷔시키기까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데뷔 즉시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문에 인지도를 쌓거나 ‘한방’을 위해 꾸준히 앨범을 내게 된다. 기획사는 수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중에 팀이 성공하더라도 기획사 입장에서 ‘본전’을 챙기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멤버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바로 눈앞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보이는데 정작 자신들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B.A.P는 이번에 TS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도 같이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데뷔 이후 3년간 활동하면서 TS가 수십억원을 벌어들였으나 자신들에게 돌아온 몫은 극히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노예 계약’ 갑론을박
B.A.P 멤버들처럼 자신들의 노력에 비해 주어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노예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빡빡한 스케줄로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데 데뷔 초인 만큼 자신들이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됐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속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조항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짚었다. B.A.P 역시 ‘노예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JYJ 멤버들을 비롯해 크리스와 루한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들이 가장 문제로 삼은 건 계약 기간이다.
JYJ 멤버들이 전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 직전인 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노예계약’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아이돌을 포함한 연예인과 소속사 계약 조항이 다소 공정하게 바뀌었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 곳도 수두룩했다. 특히 연습생 기간을 포함하고 활동 휴지기를 빼면 일부 멤버는 10년이 훌쩍 넘는다. 일부 기획사는 아이돌을 키우는데 7년으론 짧다는 주장도 펼친다.
B.A.P의 소속사 TS는 “‘불공정 계약 조항’이나 ‘노예 계약’ 요소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아티스트에 일방적으로 부당한 처우 또한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하고 있다.
메건리 소송 건의 경우 매니지먼트 전문성의 부실이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메건리 측은 “김태우의 부인과 장모가 경연진으로 나서면서 아티스트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대표의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경영 일선에 나설 경우 아무래도 소속 연예인들의 불만이 커질 확률이 높다"면서 “많은 기획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고 기업화되는 추세인 만큼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반복되는 전속계약 시든 한류에 악영향
중국이 K팝 차세대 한류 붐의 진원지로 여겨지고 있으나 일본을 비롯해 한류 붐이 예전보다 시들해진 것 역시 사실이다.
한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도 기획사와 멤버들 간의 끊이지 않는 전속 계약 분쟁은 한국 매니지먼트의 구조적인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아시아권 진출을 준비 중인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 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건전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면서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오래갈 수는 없다. 가요계 내부에 썩은 문제를 빨리 도려내야 한류 열풍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크리스와 루한 등 중국인 멤버들의 잇딴 소송은 한국 연예문화 부적응과 함께 한국 가요기획사를 본국으로 유턴하기 위한 일종의 ‘갈아타기’ 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은 해당 연예인들이 인기를 최고로 누릴 때 터질 확률이 높다”며 “기획사는 비전을 확실히 보여주고 멤버들은 소속사에 대해 더 믿음을 가지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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