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카·에미·토니·그래미 모두 수상 기록
▶ ‘졸업’‘버드케이지’등 무수한 명작들 남겨
■ 타계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와 ‘졸업’과 같은 명작을 연출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19일 뉴욕의 자택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83세. 그의 부인은 ABC-TV의 유명 방송인인 다이앤 소이어로 니콜스의 네 번째 아내다. 니콜스는 예술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오스카와 에미와 토니 및 그래미상을 모두 탄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니콜스는 독일서 유대계 러시안 아버지와 유대계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7세 때 나치를 피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받고 자랐다.
니콜스는 16세 때 데이트 상대와 함께 브로드웨이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의대를 가기로 했던 생각을 바꿨다. 그 뒤로 다니던 시카고의 대학교 연극에 나왔고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원에서 메소드 연기를 배웠다.
니콜스의 이름이 연예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그가 1950년대 말부터 여류 코미디언 일레인 메이와 팀을 이뤄 스케치 코미디를 공연하면서였다. 둘의 공연은 무대와 TV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으나 둘은 1960년대 초 해산했다. 둘은 이 쇼로 그래미상을 탔다.
이어 니콜스는 연극계에 데뷔 첫 작품으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맨발로 공원을’을 연출했다. 닐 사이먼이 쓴 이 연극은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빅히트를 했고 니콜스는 1964년 첫 토니상을 탔다.
니콜스의 첫 영화는 에드워드 앨비의 연극이 원작인 흑백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1966).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악다구니를 쓰면서 싸움을 하는 중년부부로 나온 이 영화는 테일러의 오스카 주연상과 샌디 데니스의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모두 5개의 오스카상을 탔다.
이어 만든 영화가 찰스 웹의 소설이 원작으로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졸업’(1967). 원래 호프만 역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니콜스가 과감히 당시만 해도 무명씨였던 호프만을 기용해 호평과 함께 빅히트를 했다.
성격파 배우인 호프만의 기용은 그 후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와 같은 성격파 배우들이 할리웃의 빅 무비에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방향을 못 찾고 빈둥거리는 캘리포니아의 중상층 청년이 자기 아버지의 사업 파트너의 아내인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의 섹스놀이개로 지내다가 로빈슨의 대학생 딸(캐서린 로스)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으로 ‘플래스틱이라는 말을 미 대중문화의 사전에 올린 영화다.
영화에서는 사이먼과 가펑클이 노래한 ‘미시즈 로빈슨’과 ‘스카보로 페어’ 및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등이 효과적으로 사용돼 음반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니콜스는 이 영화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았다.
니콜스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자주 브로드웨이로 돌아가 많은 명작들을 감독했다. 모두 닐 사이먼의 대본이 원작인 ‘아드 커플’(1965)과 ‘플라자 스위트’(1968) 및 ‘2번가의 포로’(1972)로 토니상을 탔다. 이밖에도 ‘리얼 싱’(1984)과 뮤지컬 ‘스패마랏’(2005)으로 역시 토니상을 받았다. 니콜스가 마지막으로 토니상을 탄 연극은 올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나온 ‘세일즈맨의 죽음’(2012)이다.
니콜스는 많은 TV 명작도 남겼는데 2001년에는 HBO 영화 ‘위트’와 역시 HBO의 미니 시리즈 ‘미국의 천사들’로 에미상을 탔다.
생애 모두 22편의 영화를 만든 니콜스의 대표작들로는 ‘카날 날리지’ ‘실크우드’ ‘워킹 걸’ 및 ‘버드케이지’ 등이 있다. 그의 흥행 실패작으로는 오손 웰즈가 나온 ‘캐치-22’와 ‘포천’ 및 ‘어느 혹성서 왔소?’ 등이 있다. 그의 마지막 영화는 탐 행스가 나온 ‘찰리 윌슨의 전쟁’(2007)이다.
나는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니콜스를 인터뷰 했었다. 그 때 나는 그에게 “당신의 어렸을 때의 어려운 경험이 당신을 이토록 성공시킨 창조적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라고 물었었다.
이에 대해 니콜스는 “어려운 환경 속의 어린 피난민이었던 나는 새 나라 미국의 모든 것으로부터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호기심과 능력을 가졌던 같다”면서 “심지어 나는 사람들의 생각마저 들을 줄 아는 강력한 예술 감각을 지녔었던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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