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호주 오디션 프로그램 `디 엑스 팩터(The X Factor)’에 25세의 아시아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부르겠다는 말, 심사위원들의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시작한 무대는 기립한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박수로 마감됐다.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동양인 우승자 임다미가 드라마틱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순간이다.
“아홉살 때 호주에 이민 왔어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니까 학교 친구들이 저를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를 치게 됐는데 이후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저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바보가 아니고 뭔가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 거죠."
평범한 외모의 동양계 여성의 꿈은 그렇게 익어갔다.“음악을 통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서 음대까지 가게 된 거죠. 노래는 중학교 때 가수 보아를 너무 좋아해서 몰래 방에서 연습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만 쳤기 때문에 노래할 용기가 없었지만 늘 집에서 녹음하면서 연습했죠."
호주 그리피스 대학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한 뒤 브리즈번에서 피아노와 보컬 강사로 일했다. `다미’라는 이름으로 CCM 가수로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활동하는 게 힘들었어요. 결혼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았기에 남편이랑 호주에 더 함께 있고 싶기도 했고 호주에서 노래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지원했어요."
깊이 있는 보이스와 솔풀한 가창력을 뽐낸 프린스의 `퍼플 레인(Purple Rain)’, 결선 진출을 확정 지을 때 부른 밴드 `U2’의 ‘원(One)’ 등 오디션이 진행되며 선보인 곡들로 실력을 증명했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의 꿈을 이룬 수전 보일의 첫 등장과 비슷하다는 평과 함께 `호주판 수전 보일’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합숙 경연 마지막 날 가사를 잊어버려 생방송 무대 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주어지는 곡마다 제가 모르는 곡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외우고 연습하는 게 어려웠어요. 태어날 때부터 영어 노래를 듣고 자란 게 아니라서 힘들었죠."
다른 참가자의 기권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지난 10월28일 우승자를 가리는 무대에 섰다. 임다미는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뮤지컬 `드림걸스’ 삽입곡 `앤드 아임 텔링 유(And I’m Telling You)’, 신곡 `얼라이브(Alive)’를 불러 두 명의 경쟁자를 제쳤다.
당시“우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처럼 특별히 멋지거나 돋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는 말로 희망을 전했다. 그 바람을 담아 지난달 22일 데뷔앨범 `다미 임(Dami Im)’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결승 무대에서 선보여 케이티 페리, 에미넘 등 쟁쟁한 팝스타를 제치고 호주 음악 차트 아리아에서 1위를 차지한 싱글 `얼라이브’를 비롯해 11곡이 실렸다. 밴드 `푸 파이터스’의 `베스트 오브 유(Best of You)’, 휘트니 휴스턴의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 사이먼 & 가펑클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스(Bridge Over Troubled Waters)’ 등 오디션에서 대중과 만난 장르를 아우르는 곡들이다. 우승 특전으로 앨범 발표 함께 1년간 호주 전역을 돌며 공연한다.
“음악은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은 소리 이상의 메시지죠. 많은 사람이 저의 음악을 통해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 항상 좋은 영향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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