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촬영 내내 물에 젖어있다시피 아주 힘든 경험
▶ LA엔 애착을 잃어 늘 할리웃 밖에서 사는 걸 원했었지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폭풍 속에서 요트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무언극과도 같은 1인 드라마‘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에서 망망대해에서 타고 있던 요트가 파손되면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의 역을 치열하게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76)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청바지에 검은 셔츠를 입고 뿔테 안경을 쓴 금발의 레드포드는 얼굴에 주름은 갔지만 여전히‘아메리칸 골든보이’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면서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는데 매우 철학적이었다. 시종일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꾸밈이 없어 호감이 갔다. <박흥진 편집위원>
*영화의 인물처럼 당신은 위기에 대처할 줄 아는 생존기술이 있는가.
- 그런 경우를 당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일이나 난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생존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공포에 떨면서 비명을 지르든지 아니면 선을 하듯 그것에 침착하게 대하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나는 위기에 처하면 세상사란 힘든 것이라면서 그것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위기가 반드시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신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3편은 무엇인가.
-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다른 3편은 폴 뉴만과 깊고 오랜 우정을 맺게 된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그리고 둘 다 미 정치체제에 관한 ‘캔디데이트’와 ‘올 더 프레지덴츠 멘’이다.
*당신은 물을 좋아하며 또 물 위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가.
- 난 바닷가의 샌타모니카에서 자라 물과는 늘 친한 편이다. 그래서 난 서핑과 수영을 하면서 자라다시피 했고 젊었을 땐 수영을 아주 잘 했다. 영화에서처럼 폭풍을 만난 적은 없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다 큰 바람을 맞아 비행기의 엔진이 9분이나 멈춘 뒤 무려 2만1,000피트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죽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나도 영화의 인물처럼 생사의 위기에 처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바다에서 영화와 같은 경험을 겪은 적은 없다.
*당신은 인간과 배우로서 배우 풍성한 삶을 살고 있는데 당신의 삶이 행복과 사랑에 관해 가르쳐준 것은 무엇인가.
- 삶이 내게 행복에 관해 가르쳐준 것은 그것이 순간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왔다 가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상존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런 것이 인생이다. 삶이란 높낮이가 있고 기쁨과 슬픔이 있게 마련이다. 슬픔이란 행복처럼 인생의 한 부분이다. 난 행복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것이 영속되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기상을 예측할 수 없는 바다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각본과 달리 즉흥적으로 연기하기라도 했는가.
- 다소 그렇다. 나나 영화의 인물이나 모두 어느 정도 항해에 관해 알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니다. 수퍼히로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다. 난 그런 사실적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따라서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위기에 처했을 때 즉흥적으로 그것에 대처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당신의 장차 인생항로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으니 그저 계속할 뿐이다. 난 이 영화가 나의 다른 영화인 ‘제레마이아 존슨’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바다건 땅이건 간에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더 이상 생존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나 또 어떤 사람은 계속해 밀고 나아간다. 영화의 주인공도 후자 경우인데 그는 이유도 모르고 단지 앞으로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어 계속하는 것이다.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은 어떻게 배우로서의 진로를 발견했는가.
- 난 배우로서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계속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난 배우로선 과거를 돌아보면서 내가 남긴 흔적을 살펴보는 형이 아니다. 난 현재라는 순간에 살고 있으며 그 순간을 앞으로 밀고 나아간다. 난 내가 배우로서 한 일에 대해 결코 백미러로 보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배우로서의 과거를 생각할 때는 남이 그것에 대해 말할 때뿐이다.
*어떻게 배우가 됐는가.
-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위해 줄을 서서 장시간 기다렸다. 어쩌다 역을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 허탕을 쳤다. 그렇게 시작했다.
*당신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또 그것이 무서운가.
- 생각 안 한다. 그러나 내 내면 깊숙이에서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 오면 두려워하든지 아니면 어차피 그것은 오게 마련이니 오히려 그것과 희롱하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죽음을 비웃으면서 그것을 가지고 놀고 싶다. 죽음아 나는 너를 우습게 여니 내가 널 밀어붙여도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을 하고 싶다.
*당신은 나이와 함께 현명해졌다고 생각하는가.
- 어느 나이에 이르면 사람은 지혜를 얻게 된다. 20세 때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혜를 얻게 되면 철학적이 된다.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하게 된다. 후회와 운과 생존과 같은 것들은 다 지혜와 함께 오는 것이다.
*당신은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그것은 뜻밖에 내게 찾아 왔다. 그것에 대해 완전히 준비기 안 됐을 때 느닷없이 찾아 왔다. 한 편의 영화 때문인데 그 하나로 사람들이 날 과거와 전연 다르게 대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난 명성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염려하게 됐었다. 그 때 난 가족이 있었는데 명성이 내 가족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염려됐었다. 그래서 난 그것에 대해 세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제일 먼저 자신이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 받고 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해 조심할 것. 둘째 하나의 물건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예 하나의 물건이 될 것. 내가 나 자신의 궤도에서 일탈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었다. 솔직히 말해 갑자기 사람들이 당신보고 “잘 생겼다” “참 사려가 깊다”고 칭찬하면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난 그 때 하룻밤 새 모든 것이 달라진 것에 대해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명성에는 어두운 면이 있기에 늘 그것을 파악하고 자신의 삶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스포츠에 능한데 가족과 무슨 스포츠를 즐기는가.
- 스키다. 우리 가족은 전부 스키에 능하다. 난 할 수 있는 한 스키를 즐길 것이다. 그리고 난 승마를 즐긴다. 말을 타고 5시간 정도 산을 타는 것을 즐긴다. 혼자 자연과 연결될 수가 있어서 기분이 상쾌하다. 난 물과 수영과 서핑과 보트 타길 좋아한다. 요즘 와선 테니스를 즐기는데 우린 온 가족이 함께 스포츠를 한다.
*왜 할리웃을 떠나 유타에서 사는가.
- 난 이 동네 태생이나 원래 넉넉지 못한 서민가정에서 자라 할리웃을 황금향으로 여기질 않았다. 난 늘 할리웃이 아닌 다른 곳에 가기를 원했었다. LA는 내가 자랄 때 개발이 시작되면서 도시가 뭉개져버렸다. 프리웨이와 고층건물에 의해 도시가 망가지면서 난 이 곳에 대한 애착을 잃었다. 그래서 연극배우가 되려고 했던 난 먼저 뉴욕으로 갔다.
그런 내가 다시 할리웃으로 돌아온 것은 다소 괴이한 일이다. 그러나 이 동네의 분위기에 빠지는 것을 위험하다고 깨달아 멀리 간 것이다. 거기서부터 이곳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편하다. 할리웃 밖에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내가 할리웃에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사업이 우선인 곳이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나 다름없는데 그런 영화를 찍으면서 경험한 기쁨과 도전은 무엇인가.
- 난 무성영화를 좋아한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난 깊은 경험을 했다. 관객이 대사에 의해 이래라 저래라 하고 지시를 받지 않고 완전히 자신을 영화에 함몰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J.C. 샨도르 감독은 대단히 용감한 사람이다. 영화의 모든 것은 다 그의 비전에 따른 것이다. 난 그저 그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당신은 영화 내내 물에 젖어 있다시피 하는데 그 경험이 어땠는가.
- 영화 다 마친 후 전연 갈증을 느끼지 못했다(웃음). 참으로 힘들었다. 저예산 영화여서 충분히 쉴 시간이 없이 강행군으로 영화를 찍어 젖은 옷을 말릴 새도 없었다. 계속해 젖은 채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다. 그리고 물에 젖은 옷과 구두는 무거워 더 힘들었다. 아주 불편하고 즐겁지 못한 일이었다.
*할리웃은 50이 넘는 사람들은 고용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할리웃은 나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다. 슬픈 일이다. 요즘 배우들을 보면 전부 젊음을 지키겠다고 성형수술을 해 모두 로보트들 같다. 아주 우울한 일이다. 난 내가 삶을 사는 대로 내 얼굴도 따라 가기를 바란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나이에 대해 보다 관대하다. 잔느 모로나 시몬 시뇨레 같은 배우들을 보면 시간을 그대로 얼굴에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얼굴을 너무 많이 고치다 보면 당신 자신의 부분을 잃게 마련이다. 할리웃을 떠났다 다시 와 보면 누군가 또 입술이 부풀어 있고 얼굴도 달라진 것을 보게 되는데 참 슬픈 일이다.
*당신은 노령에도 계속해 일하는데 무슨 비책이라도 있는가.
-없다. 난 내 얼굴을 뜯어 고칠 생각이 전연 없다. 여기서 일자리가 없으면 유럽에 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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