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생돈 30만 달러 날려”
세탁협회 김대중 총장, 과포화 등 구조조정 필요 강조
매월 한인업소 3곳 정도 문닫아
지난 2006년 소규모 투자인 E2 비자로 시애틀에서 세탁소를 운영했던 K모씨는 작년 봄 친척에게 업소를 헐값에 넘기고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2008년부터 몰아 닥친 불황의 여파로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져 렌트 감당도 힘든데다 E2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흑자가 나는 것처럼 세금보고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감내하며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K씨는 “아이들을 미국서 공부시키기 위해 손해만 보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E2로 세탁소에 투자했다가 4년 만에 생돈 30만 달러를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시애틀 외곽에서 조그만 세탁소를 운영하는 P씨도 매출이 줄어 집 모기지를 연체하다가 최근에는 가게 렌트마저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 건물주도 손님 발길이 뚝 끊긴 P씨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쫓아내지는 못한 채 “제발 렌트를 일부라도 내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있다.
워싱턴주 한인들 사이에 비교적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여겨졌던 세탁업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송두리째 휘청거리고 있다. 세탁소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예전 같지 않은 고객들이 옷 세탁을‘불요불급 1순위’로 꼽는 바람에 일감이 줄고 그에 따라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50%는 적자 보면서도 문 열어
본보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한인 세탁업주 63%가 불황 이후 수입이 30% 이상 줄었다고 답했지만 현장 전문가들이 전하는 실상은 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워싱턴주 한인세탁협회 김대중(사진) 사무총장은 “한국일보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그래도 매출 감소가 적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고, 자존심 때문에 10% 정도는 줄여서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워싱턴주에 산재한 900여 세탁소 가운데 70%가 넘는 650여 업소를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요즘 협회 우편물을 발송하면 매월 3개 업소 정도씩 반송되는데 이는 한인 세탁소들이 매월 그만큼 문을 닫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만 두면 당장 할 일이 없거나 건물 리스 문제로 적자를 보면서도 마지못해 문을 열어놓고 있는 한인 세탁업소들이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 김 총장의 추산이다.
통상 세탁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불황의 영향이 1년6개월 정도 빨리 찾아오고, 회복 시기도 다른 업종에 비해 1년6개월 이상 늦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돈을 절약하기 위해 굳이 드라이클리닝을 맡기지 않아도 되는 옷을 주로 입기 때문이다.
경기 풀려도 세탁업 반등 쉽지 않아
김 총장은 “한인들은 옷이 더러워져야만 세탁을 맡기지만 미국인들은 ‘입고 나면 세탁소에 맡긴다’는 것이 일종의 의복문화인데 이번 불황으로 이 같은 문화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능하면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입고, 대형 의류업체들도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옷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탁소 수요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데다 특히 한인 세탁소가 과포화 상태로 가격경쟁까지 붙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20년 전 와이셔츠 드라이클리닝 요금이 2.50달러였는데 일부 한인 업소는 요즘 99센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 총장은 “현재 과포화 상태인 워싱턴주 한인 세탁업계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설사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풀리더라도 세탁업종이 쉽게 반등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을 겪는 것이 장기적으로 남아 있는 업소들에게는 경쟁력을 길러줘 좋은 측면도 있다”며 “제대로 가격을 받는 등 새로운 영업전략을 강구해야만 힘든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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