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차 한잔의 초대’는 각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일궈낸 성공 외에 외롭고 힘든, 좌절 속에 희망을 피워낸 유명인의 속내를 편하게 들어보는 시간이다.첫 손님으로 지난5일 카네기홀 잔켈홀의 ‘6.25 60주년기념 임형주독창회’에서 뉴욕한인들을 매료시켰던 ‘천상의 목소리’ 팝페라 테너 임형주를 초대했다.
한국 최초로 오페라에 팝 스타일을 가미하여 팝페라 장르를 개척한 임형주의 노래를 들으면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2003년 1월 데뷔앨범 ‘Sally Garden’이 발매 첫주에 국내 클래식 앨범 판매차트 1위 석권, 그해 2월 노무현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17세 소년으로 이름을 날리더니 한달음에 2003년 팝페라 테너로 카네기홀에서 데뷔하여 버렸다.그리고 7년이 흘렀지만 생전 늙지 않을 것 같은 미소년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는 그. 자신이 선 무대를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 즐기고 있는 그래서 팬서비스도 완벽하다.클래식, 팝, 가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노래는 적당히 클래식하고 적당히 대중적이다. 그래서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열광한다. 생전 절망도 좌절도 포기도 모를 것 같은 그가, 그 임형주가 희망을 노래한다.
2009년 2월 6곡의 노래가 수록된 ‘마이 히어로’(My Hero)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힘들어하는 한국인들에게 ‘기적이 아닌 희망을, 내 자신이 나 자신의 영웅’임을 알려주었다.특히 ‘천개의 바람이 되어’에 나오는 가사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는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지닌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희망가 ‘마이 히어로’에 수록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들으면 저절로 일어날 것 같고 함께 소리치고 싶다. 이것은 힘이다. 노래 한곡이 희망을 선사한다.
서너살 시절부터 사각박스만 있으면 그 위에 올라가 노래하며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서있는 것 같았기에 그는 무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넷이지만 성공과 명예를 거머쥐었다. 부잣집 막내아들에 엄친아로 자랐을 것 같은 임형주는 의외로 혹독한 가정교육을 받았다. 6일 오후 맨하탄 브라이언트팍 레스토랑에서 만난 임형주의 어머니 김민호씨(50)는 말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히고 눈이 오면 눈을 맞히며 잡초처럼 키웠다. 우산을 씌어준다거나 차로 데려다주는 것은 없었다. 16살 때는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나자 스스로 ‘아버지, 저를 때려주세요’ 자청하여 매를 맞기도 했다.”세계적으로 이름이 날수록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이다. 어머니의 옆에 앉아있는 임형주도 말한다.
“부모님은 아들이 외교관이나 사업가가 되기 바랐지만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를 다닐 때 사람들은 나를 고아라고 했다. 한 학생이 연주를 하면 사돈에 팔촌까지 오는데 나는 경연대회 신청부터 출연까지 혼자서 다 하고 3년내내 늘 1등을 하니 저 아이는 고아라서 악착같이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한테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 한때 그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무대 뒤에서 어머니가 내 칭찬을 한다고 스탭들이 말하더라.”혼자 미국에 온 유학 시절 자취에서 익힌 요리솜씨가 수준급이다. 자신있는 한국요리는 김치찌개와 구절판, 잡채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임형주는 사람들의 가슴에 외로움을 심어놓고 떠난 기형도의 시를 좋
아한다. 29세 나이로 요절한 시인의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 중 ‘질투는 나의 힘’ 싯귀는 줄줄 외울 정도이다.
사랑, 죽음, 신성함, 추억, 방황 등을 노래한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은 어떨까? “옛날에는 적응이 잘 안되었다. 관중들이 기립박수 하며 열광하는 무대에 있다가 늦은 밤 혼자 방에 돌아오면 박수 소리는 그치고 말할 수 없이 고독했다. 나 자신 빈껍데기같은 공허감도 느꼈다. 그럴 때 DVD 영화를 보거나 혼자서 이런 저런 감상을 써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보았다. 앞만 보고 가자, 일반인의 삶과 팝페라 가수의 삶을 분리하자 스스로 다짐하고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무대 위와 무대 아래를 잘 구분하여 바로 일상으로 돌아온다.” 양과 음의 극한점에서 그는 책을 읽고 스스로 그 외로움을 즐긴다. 아침마다 18개지 신문을 다 읽고 동화, 만화책까지 안보는 것이 없다보니 상식과 정보의 양이 저절로 늘어난다. 계속 잘하려면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도 그는 안다.
“일반인 임형주의 삶이 깨끗하지 않고, 떳떳하지 못하면서 무대에서 순결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가식적인 노래는 할 수가 없다”는 그도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싶다. 찜질방 한번 가 본 적이 없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방배동집 동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하기도 한다. “기계가 이상한 가. 늘 100점이 나와.”하고 진지하게 말하는 그에게 순발력과 유머 감각은 천성적이다. 자식에게 엄하지만 평소 윗트 넘치는 어머니의 피란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자신의 소속사 (주)디지엔콤(DGNcom) 대표이자 아트원(Artone) 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임형주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는 어머니 김민호씨. 일본 쇼와대학에서 예술 경영을 공부하는 여동생 임형인(22)이 있다.
“어릴 때에는 사랑의 감정을 몰랐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안다. 헤어진 이유? 해외공연을 가고 바쁘다보니 연락도 잘 못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헤어지게 된다. 지금은 여자 친구가 없다. 공부를 더 하고 노래를 좀더 잘하고 싶다.“는 그다.“음악을 한마디로 때려치우고 싶다는 적도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나를 도태시키지 않고 방향을 잡아준다. 언젠가 나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내려와도 내 노래는 남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내 목소리는 내것이 아니다. 신이 맡긴 간이역이다.” 앞으로 당분간 음악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임형주는 내년도 계획을 말한다. “2004년에 입학한 이태리 피렌체 산펠라체 음악원을 졸업했고 내년에 베니스로 석사 공부를 할 것이다. 한국에는 서너달 동안 있으면서 28개 도시 투어를 한다.”는 그는 2012년 7월 런던 독창회까지 스케줄이 잡혀있다.
그동안 2003 한미수교 100주년, 남북정전 50주년, 한일월드컵 1주년, 대구하계 유니버시아드 전야제 등 각종 국가적 행사와 국내외 유명 관현악단과의 협연에 임형주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2003년 미국USO협회 최연소 명예훈장, 올 12월 최연소 UN평화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유럽,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해외무대에 설 때마다 한국국적에 아시아인을 늘 강조하는 그다. “한국 가곡을 꼭 부른다. 앵콜곡이라도 넣는다. 유럽오페라 하우스에서 한국 가곡을 고집하다가 공연이 취소당한 적도 있다.”미국 아이에이엠지(IAMG)사와 유통계약을 맺은 임형주는 미국은 뉴욕, 유럽지역은 비엔나, 일본, 중국, 동아시아 해외 5개 지역에 디지엔콤 실장을 두고 해외 투어를 관장하고 있다.
“이번 유엔 공연에 와주신 한인들 정말 고맙다. 카네기홀 공연에 많은 노력을 해준 디지엔콤 미주지사 박제이 실장에게도 고맙다.”는 그는 현재 하고 있는 월드비전 홍보대사일을 비롯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음악으로 치유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실제로 임형주의 노래 ‘그리워 그리워’를 TV로 들은 서울구치소의 사형수가 죽기 전 임형주의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는 소원을 교도관으로부터 전해듣고 그 노래를 수록한 음반을 서둘러 내어 구치소로 CD30장을 보내준 숨은 사연도 있다.지금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여행이다.
“연주와 녹음 같은 이유 말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온가족이 함께 가족여행을 가고싶다. 우린 그 흔한 동남아도 같이 못가보았어요.” 볼멘듯 말하며 활짝 웃는 임형주, 그의 노래를 다시 듣고싶다. <민병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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