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 기사다”
한국일보 창업주 장기영 사장께서 남긴 전설 같은(?) 명언이다. 광고가 신문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광고도 기사 못지않게 정직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말씀, 신문의 권위에 걸맞게 믿을 수 있고 품격도 갖추어야 한다는 지당하신 말씀이다. 당연한 말씀이 전설처럼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그럭저럭 이 동네에서만 30년 넘게 광고 밥을 먹고 사는 처지라서 광고를 유심히 보고 듣게 되는데, 지금 우리 동네의 광고는 참 심각한 수준이다. 겉과 속이 모두 문제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 글은 나 자신을 향한 반성문이다.)
지금 우리 동네의 광고들은 대부분이 기본 철학이나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광고다운 광고라기보다는 공지사항 전달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 안에도 참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우리말에 대한 문제.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무시하는 것은 아예 당연한 듯하고, 말이 안 되는 문장이 너무 많다. 이런 문장으로 똑똑하기 그지없는 소비자를 설득하겠다는 배짱이 부럽다. 신문광고뿐 아니라 라디오나 TV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내용면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리 동네 광고의 요점을 한 마디로 간추리면 “최고의 제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최상의 서비스로”라는 것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과장이다. 따끈따끈한 얼음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요, 요새 식으로 표현하자면 산 위에서 고래를 만났다는 식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라면, 진짜 이런 식으로 장사를 했다가는 백발백중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무슨 놈의 세일은 그렇게도 많고, 걸핏하면 공짜 서비스에, 만병통치약은 왜 그렇게 많은지! 이제는 세일을 하려고 해도 붙일 이름이 없을 지경이다. 자살 세일, 배 째라 세일, 원자폭탄 세일, 지상 최대 마지막 자이언트 세일… 아무리 크게 외쳐 봐도 소비자들은 꿈적도 않는다. 아무튼, 그 광고들이 모두 진짜라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무지하게 행복해야 할 텐데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다.
광고는 소통이다. 소통 중에서도 고차원의 소통이다. 소통의 첫 걸음은 진실이다. 그런데 광고의 기초적인 윤리기준 같은 것도 지켜지지 않으니, 진실을 말하기조차 쑥스럽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과장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무슨 조치가 있기는 있어야겠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답답하다. 언론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거르고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면 가장 좋겠지만 “여보슈, 지금 같은 불경기에 광고면 채우기도 허덕대는 판인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새가 어디 있소!”라는 볼멘 대답만 돌아온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기대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현실이 답답하니, 자꾸만 외치고 싶어진다.
“광고도 기사다!”
장소현/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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