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를 보러 온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건설근로자와 유모, 그리고 의상디자이너도 있다. 정부의 잉여재산인 등대를 경매에 부쳐 처분하자는 아이디어는 처음엔 썰렁한 농담처럼 시작되었으나 정부는 이 착상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황폐해 녹 쓸었지만 360도 전망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등대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 연례 등대경매에 바이어 몰려
전국 450개 중 50개 팔려·최고 26만달러
3년전부터 시작된 정부의 연례 등대경매는 그렇지 않아도 예산부족으로 인력이 달리는 해안경비대의 등대 관리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전국에서 바이어들을 끌어 모으는 인기 행사가 된 것이다.
금년에 매물로 나온 매서추세츠의 보든 플래츠 등대의 경매에도 수십명이 경쟁을 벌였다. 빅터축음기 수집 매니어 못지않게 바이어들이 폴리버 강변에서 4분의 1마일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등대라는 새로운 골동품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안하고 지나기엔 우리 인생은 너무 짧아요”라고 유모 일을 하는 니콜 킴보로위츠는 말한다. 그녀는 보든 플래츠 등대에 4만 달러를 불렀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끌립니다”
미국엔 아직 450개의 등대가 서 있다. 대부분은 5대호와 대서양에 위치한다. 역사적으로 등대는 험한 해안과 위험한 암초가 곳곳에 포진한 비포장 하이웨이인 물길을 배들이 무사히 항해하도록 경고 신호를 보내며, 미국 상품수송의 주요역학을 담당해 왔다.
1800년과 1900년대엔 등대지기와 가족들이 등의 심지를 돋우고, 연료를 채우고, 렌즈를 닦는 등 부지런히 등대를 관리하며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전기가 출현하고 항해기술이 발달하면서 등대지기라는 직업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1939년이후엔 해양경비대에 등대 건물관리 책임이 넘어갔지만 많은 등대들이 황폐해지면서 갈매기들의 서식처가 되어갔다.
“정말 끔찍했어요. 모든 게 하얗게 갈매기 똥에 뒤덮였고 죽은 갈매기와 물고기 등이 사방에 널렸었습니다. 바닥은 썩어가고 페인트는 벗겨졌으며 유리창은 남은 게 없었지요”라고 2005년에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인근 미들 그라운드 라이트하우스를 사들였던 밥 곤소울린은 말한다.
이같은 관리소홀에 대한 대책으로 연방의회가 2000년 제정한 것이 ‘전국 역사적 등대 보존법’이다. 이 법에 의하면 연방정부의 잉여재산인 등대들은 우선 지방정부와 비영리단체에 무상으로 제공되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온라인으로 경매에 부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소유권이 이전되거나 팔린 등대는 약 50개, 그중 가장 비싼 게 체사피크 베이 볼티모어 하버 라이트로 26만 달러에 팔렸다. 금년 경매엔 지난 9월22일 5만5,000달러에 낙착된 보든 플래츠를 포함, 적어도 7개가 개인 손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등대의 경매가는 보통 5,000달러부터 시작되고 참가자는 환불 가능한 1만달러 디파짓을 해야 하는데 경쟁은 무척 뜨겁다.
“어떤 때는 입찰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답니다”라고 2006년 볼티모어 하버 라이트를 남편 및 친구들과 공동 구매한 에이미 러셀은 말한다.
집 재융자를 통해 등대 값을 마련했다는 이들은 요즘은 대부분의 여가를 체사피크 베이의 해안에서 1.5마일 떨어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다. 낡은 페인트 칠을 벗겨내고, 목재 부분을 새로 바꿔야할 뿐 아니라 하나에 1,000달러나 하는 유적보호 규정에 맞는 특수 강력 창문을 갈아 끼워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팔린 등대들은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지정된 것들이다. 등대의 소유이전을 감독하는 연방기관인 제네럴 서비스행정처(GSA)의 디렉터 랄프 코너에 의하면 모든 보수작업은 유적보호 사무실의 검사에 통과해야한다는 것. “등대에 광고 빌보드를 붙인다거나 이상한 색깔로 칠하는 것은 안되니까요”
미들그라운드 라이트하우스를 3년 전 3만1,000달러에 사들인 곤소울린과 친지들은 보수에 13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붉은 웨딩 케이크를 닮은 등대 탑은 이제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글로시 페인트와 새 바닥으로 마무리된 실내엔 대형 플랫 스크린 TV도 갖춰졌으며 창가로 지나가는 배들을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멋진 별장으로 변했다.
어떤 사람들이 그처럼 돈과 수고를 투자해야 하는 등대를 사들이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것을 수집하기 위해서이고 어떤 사람들은 내면에 잠재한 낭만적인 향수 때문이다. 등대, 특히 미국의 해상무역이 시작된 동부 해안의 등대들은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예측키 힘든 항해에 나섰던 옛적의 대형 범선들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등대는 미국의 기초가 된 해상 무역과 연관이 있지요. 등대지기는 해상무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으니까요. 당시 등대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등대의 불을 밝히는데 헌신했지요”라고 미 등대재단의 역사학자 제레미 뎅트레몽트는 설명한다.
보던 플래츠 등대를 사기위해 콜로라도에서 날아온 의상디자이너 웨인 켈러는 “등대란 한 밤중의 불빛이지요. 바다와 그 바다의 고독이 좋아 꼭 사고 싶었는데”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등대의 역사 속에 나타난 그곳 생활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첫 등대관리인 조지 워시레이크는 1718년 리틀브르스타 아일랜드의 보스턴 라이트 등대로 돌아오던 중 아내 및 딸과 함께 익사했다. 타인을 살리기 위해 등대를 관리하고 불을 밝히던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등대에 관한 5편의 저서를 출판한 뎅트레몽트는 등대관리는 무척 까다롭다면서 경매에 의한 사유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새 소유주들은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등대를 다시 열게되어 우린 너무 기뻐요. 주말마다 두 번씩 와서 새로 칠하고 망치질하며 고쳐가고 있어요. 누군가 지나가며 말하겠지요 ‘근사해졌어요, 고맙습니다’라고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