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과 범부의 간격은 얼마나 될까? 붓다는 모든 중생이 붓다와 똑 같은 지혜와 덕상(德相)을 지녔건만 스스로가 미혹하여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성인이나 범부(凡夫)라는 것 또한 미혹한 이를 일깨우기 위해 방편으로 지어 부르는 상대적인 호칭일 뿐, 생사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본분사에 있어서는 그런 소견에 애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더구나 만약 어떤 이가 자신을 성인이라고 입을 뗀다면 그 사람의 속셈은 뻔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입을 떼지 못하는 줄 알면 입을 떼지 않아도 안 되는 도리를 알아야 한다. 이 도리를 각기 경우가 다른 모든 상황에서 활용하여 진리를 드러내는 그 사람은 부처나 조사(불조·佛祖)를 흉내 내지 않는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라 하리라.
며칠 전에 누군가가 물었다. “근래에 자신을 생불(生佛)이라 자처하는 자가 있는데 생불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답하기를, “죽은 지 오래된 비구의 시체라오.” 다시 묻기를, “그를 어떻게 친견합니까?” 답하기를, “제문을 읊소.” 또 묻기를, “법문에 ‘이 도리는 하늘도 덮지 못하고 땅도 싣지 못한다’ 하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답하기를, “늙은 원숭이 우는 곳에 벽이 층층하다오.” 예부터 조촐한 것 그 이름이 승(僧)이라, 세상에 빛이 된 님들은 모두가 마음이 가난하였다. 세수 103세에 중노릇 90년, 평생을 무애탕탕한 본분걸사(本分乞士)로 사시며 숱한 수행자들의 눈을 띄워주신 덕승 총림 수덕사 초대방장 혜암 대선사께서 남긴 게송이 있다. “내 행장 겨우 누더기 한 벌에 여윈 주장자 하나, 동서로 치달리기 끝없이 하였네. 뉘 있어 어디로 그리 다녔느냐 묻는다면, 천하를 가로 질러 통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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