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목사(얼라이언스신대원 교수)
지난 11월7일 미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한 직후 국방장관직 사표를 제출했던 도날드 럼스펠드가 12월8일 펜타곤에서 마지막 고별인사를 했다. 부시 대통령의 형편도 떠난 럼스펠드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매스컴은 연일 미군이 이락에서 전사했음을 알리며 전사자 누계가 3천명에 육박했음을 강조한다. 의회는 현재까지의 미국 정부의 이락 전쟁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운 방향을 부시 대통령에게 제의했다.
이 와중에서 미 국민의 대통령 정책 수행만족도는 25퍼센트 수준으로 급락했다. 럼스펠드가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이락의 상황이 날로 악화될 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럼스펠드나 부시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다른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락 전쟁에 대해 불평하는 대중들이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부시가 이락 침공 결정시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테러 분자 옹호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핑계였을 뿐이다. 미국정부와 의회는 5년 전 9.11.사태를 당한 순간부터 아프간 침공에 이은 이락 침공을 결정하고 있었고 부시와 럼스펠드는 이를 수순대로 수행했을 뿐이다.
뿐 아니다. 2003년 3월20일 이락 침공 직전부터 미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시아파와 수니파가 극단적으로 대립한 민족적 특성상 수니파인 후세인이 실각하면 강력한 리더쉽의 부재로 인해 내전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미군이 침공 20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종전을 선포했던 것은 사실은 미 정부나 전문가들
의 예상을 뒤엎은 개가였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결국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에 해당하는 경우인 것이다.
그러면 왜 럼스펠드와 부시가 이렇게 공격의 대상이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 답이 이 두 사람의 유아독존격인 처세라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은 다른 나라 원수 보기를 상가 집 개 보듯 하고 과격한 비난을 밥 먹듯이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좀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때마다 럼스펠드가 자신에게 곤란한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뭘 모르거든 입 닥치라는 식의 태도이다.
이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서 깨닫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이다.
럼스펠드와 부시는 미국이 원하는 일을 수행했으되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교만한 태도 때문에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로서의 업무수행능력만 가지고는 절대로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이와 함께 겸손이 아우러져야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억하시라. 교만은 패망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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