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위치 아닌 뒤쪽으로 쓰면 뇌 보호 안돼
▶ 줄 느슨하게 매서 헬멧 흔들리면 위험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헬멧은 정 위치에 바르게 쓰고 제대로 줄을 안전하게 매어야 충격 사고로부터 머리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림 Paul Rogers]
자전거를 탈 때 잘 맞는 헬멧을 머리에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아무리 조심스런 사이클리스트도 4,500마일에 한번 꼴로 충돌사고를 겪는다고 전한 이 기사는 특히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굉장히 조심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 해도 곳곳에서 만나는 복병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뉴욕시의 사고 통계는 무척 충격적이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의 97%와 심각한 부상의 87%가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에게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미 전국에서 발생하는 약 700건의 자전거 사고 사망 케이스 중에서 4분의 3이 머리 부상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헬멧만 써도 이 가운데 3분의 2는 부상을 예방하거나 부상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자전거 헬멧 안전학회(Bicycle Helmet Safety Institute)는 강조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아무 보호수단 없이 자전거를 타곤 했다. 자전거 탈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쓴다는 개념은 1975년 이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그 이후 40여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헬멧 쓰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기피한다.
많은 경우 헬멧에 머리가 눌려 스타일이 망가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머리를 부딪쳐 가벼운 뇌진탕 같은 부상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헤어스타일을 위해 머리를 희생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21개주와 워싱턴 DC, 그리고 200여개의 로컬 정부는 청소년 자전거 주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들에게도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헬멧 안 쓴 아버지가 헬멧 쓴 아이를 뒤에 태우고 달리는 모습이다.
헤어스타일 망치기 싫은 것 외에도 헬멧을 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많은 변명이 “바로 가까운는 상점(혹은 짐)에 다녀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사고 역시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트래픽이 심한 곳이나 고속으로 달리는 곳이 사고 다발 지역이라는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저속으로 달리다가 넘어졌을 때도 뇌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자전거 헬멧 안전학회의 디렉터 랜디 스와트는 “저속에서 넘어지는 것도 고속에서 넘어지는 것과 똑같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 “머리 부상은 지상과의 거리가 중요한 중력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틴에이저들은 특히 더 헬멧 쓰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아직도 뇌가 한창 발달 중인 이들이야말로 가장 헬멧이 필요한 집단이다. 이 시기에 머리 부상을 입으면 가장 많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랜디 스와트는 틴에이저들은 반항심이 가득해서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나의 안전을 강조하며 헬멧 쓰기를 강요했지만 이제 나의 위험에 대해선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태도는 대학생이나 이른 성년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들도 걱정되는 바가 있다. 스쿠터나 자전거 탈 때 부모의 잔소리에 따라 헬멧을 쓰기는 쓰는데 제대로 쓰지 않고 타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브루클린 지역에서 관찰해본 결과 거의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너무 큰 헬멧을 썼거나,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넘어지거나 충돌사고가 날 때 거의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실수는 정 위치에 쓰지 않는 것이다. 헬멧을 머리 뒤쪽으로 쓰면 크게 넘어져 두개골절이 있을 때 뇌의 가장 중요하고 약한 부분이 보호되지 않는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줄을 너무 느슨하게 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아예 줄을 끼우지도 않고 얼굴 양 옆으로 늘여놓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얹어만 놓은 헬멧은 넘어질 때 그냥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보호고 뭐고 헬멧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헬멧은 머리의 중앙에 앞에서 뒤로 바르게 놓여야 하고, 머리를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헬멧에서 뺨으로 내려온 줄은 귀 바로 뒤에서 내려온 줄과 V자를 만들며 턱 밑에서 조여야 맞게 쓴 것이다.
스와트는 “바이크 헬멧은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다. 너무 타이트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잘 맞아야 한다. 일단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헬멧을 의식하지 못하는 정도가 돼야 제대로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헬멧을 쓰지 않으려는 또 다른 변명은 뇌진탕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뇌진탕은 꼭 머리를 직접 부딪쳐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뇌진탕은 젤 같은 상태의 뇌가 딱딱한 두개골에 과격하게 부딪치거나 철벅거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머리에 가해지는 어떤 심한 충격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헬멧이 하는 일은 충격의 에너지와 두개골절 혹은 뇌출혈의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헬멧 가격을 문제 삼는 것 역시 적절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 가격이 싼 제품이나 비싼 제품이나 기능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스와트의 지적이다. 자전거 헬멧 안전학회가 시중에서 가장 싼(15~20달러) 헬멧 3종류와 아주 비싼(150달러 이상) 헬멧 3종류를 테스트해 본 결과 성능이 거의 똑같았다고 한다. 모든 헬멧은 소비자 제품 안전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의 기준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헬멧 선택의 고려 사항은 되도록 밝고 야한 색깔을 고르라는 것이다. 레드-오렌지, 라임-옐로우, 핫 핑크 등 눈에 잘 띄는 색깔이 안전 유지에 조금이라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