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개국 법규 분석 결과…남녀평등 위한 제도 도입률은 39.5%
▶ 여성 안전 특히 취약…韓, OECD 평균보다 법규 미비·제도는 앞서
전 세계에서 여성이 누리는 권리가 남성의 3분의 2에 그치는 등 성별에 따른 격차가 크다고 세계은행(WB)이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와 법 2024'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190개국의 여성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평균적으로 남성의 64.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전 조사에서는 77%였는데 이번 조사에 '여성 안전'과 '보육 서비스 접근성'이라는 두 개의 평가 지표를 추가한 결과 점수가 더 낮아졌다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이 조사는 원래 이동성, 직장, 급여, 결혼, 부모 하기, 사업, 자산, 연금 등 8개 지표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규가 얼마나 있는지를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190개국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제정한 법률과 실제 이행 여부를 비교하면 남녀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밝혔다.
성문화된 법만 보면 여성의 권리가 남성의 64.2%로 나타나지만, 법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감독, 제재 등 제도의 경우 도입률이 39.5%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98개국에서 동등한 가치의 일을 하는 남녀에게 동등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 있지만, 35개국에서만 급여의 투명성을 보장하거나 급여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도입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평가한 보육 서비스와 여성 안전의 경우 거의 모든 국가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여성의 안전으로 세계 평균 점수가 36.3%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의 약 3분의 1만 가정 폭력, 성희롱, 아동 결혼, 여성 살해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151개국이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는 법을 두고 있지만 39개국만 공공장소에서 성희롱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이는 종종 여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을 막는다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2.4시간을 무급여 돌봄 노동에 더 쓰는 데 이는 주로 자녀 보육 관련이다.
보육 서비스를 확대하면 여성의 노동력 참여가 처음에 1%포인트 증가하고, 그 효과가 5년 이내에 두배로 증가한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그런데도 현재 78개국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금융이나 세제 지원을 제공하며, 62개국만 보육 서비스에 대한 품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급여 부분에서는 남성이 1달러를 벌면 여성은 77센트(1달러는 100센트)에 불과했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급여가 낮은 데다 아이를 가지면 휴직하고 더 일찍 퇴직하기 때문에 연금이 남성보다 적고 노후가 재정적으로 더 불안하다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에서 차별적인 법과 관행이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지위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이 격차를 줄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20% 이상 늘려 향후 십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본적으로 두배로 만들 수 있지만 개혁이 기어가는 속도로 둔화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4개 고소득국만 놓고 보면 평균 점수는 84.9%로 세계 평균인 64.2%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여성의 안전에서는 41.2%를 받는 데 그쳤다.
34개 고소득국은 법을 이행하기 위한 제도 부분에서는 68.1%를 받았다.
한국의 점수는 82.5%로 34개 고소득국 평균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제도 도입률은 74.2%로 34개 고소득국 평균보다 6.1%포인트 높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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