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지도자·이슈·바람 없는 선거… 3김씨 등 유력 대선주자 시절과 대조적
▶ 북핵 블랙홀·보수 기반 약화 등 원인… 투표 의향 높다는데 실제 투표율은?

한국의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시간 4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6·13 지방선거에서는 기이한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면서 지원 유세 중단을 선언했다.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홍 대표는 “내가 유세에 나서면 문-홍(문재인 대통령-홍준표 대표) 대결로 고착화되고, 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 뒤에 숨어버린다는 것”이라고 일부 후보들의 의견을 설명했다. 홍 대표의 거친 말과 강경 보수 성향 발언이 남북 화해 국면에서 지지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중앙당에서 문재인정부를 공격하는 공중전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주가가 높은 것도 아니다. 추 대표도 과거 당 대표들과 달리 후보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 1일 전북 군산에서 지원 유세를 하려다가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유세를 취소하고 곧바로 완주로 떠났다.
과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는 ‘3김’씨나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지원 유세에 나서면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들기 때문에 각 후보들은 이들을 유세장에 모시기 위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였다. 선거 바람을 일으키는 당 대표나 대선주자들은 ‘선거의 왕’ ‘선거의 여왕’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의 왕’에 견줄 만한 정치 지도자를 찾아볼 수 없다. 뚜렷이 부각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 ‘선거 지도자 부재’ 현상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 지도자뿐 아니라 메가톤급 이슈도 거센 바람도 없다. 이를 두고 ‘3무(無) 선거’란 얘기가 나온다. 3무 선거의 근본적 원인은 우선 북핵 문제를 다루는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진전 등 한반도 정세가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선거일 바로 전날인 12일에 열리기 때문에 투표일 당일에도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정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보수 세력이 분열돼 선거 초반 판세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선거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여야는 6·13 지방선거와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가 향후 정국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명운을 걸고 뛰고 있으나 선거 열기는 고조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9일 앞둔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해빙 분위기 속에서 ‘평화가 곧 경제’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정부 들어 민생이 더 어려워졌다며 ‘경제 실정론’을 내세우면서 맞서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 결과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대구·경북과 제주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15~3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2위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홍 대표 등은 “여론조사에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들이 보수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실제 개표 결과는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샤이 보수층’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 정부 때도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을 찍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실제 대선 득표율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샤이 보수층’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셋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진영 논리를 가르는 대형 정책 공약 등 이슈가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무상급식 정책이 선거전을 달아오르게 했다. 이번에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제한 조치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나 남북관계 이슈 등에 묻히고 있다.
‘3무 선거’가 막판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투표율이 평소보다 낮게 나올까. 투표 의향에 대한 여론조사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6일부터 이틀 동안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응답자의 70.9%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조사 결과(55.8%)보다 15.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선관위 관계자는 “6회 지방선거의 실제 투표율은 56.8%로 당시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실제 투표율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쨌든 유권자의 무관심은 자칫 능력이 없거나 부도덕한 후보에게 지역의 곳간을 내주는 셈이 될 수 있다. 한 정치학자는 “유권자들이 최소한 집에 배달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홍보물이라도 꼼꼼히 읽어보고 투표한다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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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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